보행신호에 건너던 임신 17주 산모 덮친 화물차…'집행유예' 선고된 까닭은
보행신호에 건너던 임신 17주 산모 덮친 화물차…'집행유예' 선고된 까닭은
임신부와 태아 목숨 앗아간 신호위반 사망사고
가해자는 실형 피해

신호를 위반한 화물차에 치여 임신 17주 차 산모와 태아가 숨졌지만, 가해 운전자는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횡단보도를 건너던 임신 17주 차의 예비 엄마가 신호를 위반한 화물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지만, 가해 운전자는 집행유예로 교도소 수감을 피했다.
전방주시 태만이 부른 비극
지난해 9월 10일 밤 10시쯤,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의 한 사거리에서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 신호는 이미 적색이었고, 피해자 부부는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의 3분의 2가량을 건넌 상태였다.
그러나 가해자 A씨가 몰던 화물차는 멈추지 않았다. 음주운전은 아니었지만 "옆 차로에 다른 차가 있어 백미러 쪽을 보다가 앞 신호를 보지 못했다"는 전방주시 태만이 원인이었다.
이 사고로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이자 임신 17주 차였던 아내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고, 17일 만에 뱃속의 태아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남편 역시 늑골 골절과 폐 손상 등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법원의 판단은 '집행유예'
의정부지법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금고란 징역처럼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강제 노역 의무는 없는 형벌이다. 통상 고의성이 없는 과실범에게 주로 선고된다.
18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장현승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이 판결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무겁고 결과가 매우 중대하다고 봤다"면서도 "다만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형사합의 했다고 끝 아니다
가해자는 실형을 피했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장 변호사는 "형사합의를 했다고 해서 민사 청구권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합의서에 '민사상 일체의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없다면 민사 청구를 별도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가 살아있었다면 벌 수 있었던 소득, 치료비와 장례비, 그리고 태아를 잃은 부모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을 합쳐 수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