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자전거 타러 가시나요? 절대 나란히 달리면 안 됩니다"
"이번 주말, 자전거 타러 가시나요? 절대 나란히 달리면 안 됩니다"

자전거전용도로에서 나란히 달리던 두 사람이 엉키며 넘어졌다. 그러면서 도로에 머리를 부딪친 한 사람이 뇌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지면서 옆에서 달리던 동행자를 숨지게 한 A(55·남)씨에게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지난해 8월 울산의 한 자전거전용도로. A씨가 B(당시 52·여)씨의 자전거 속도에 맞춰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B씨 자전거가 기우뚱했다. 운전이 미숙한 B씨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A씨는 이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다 B씨의 자전거를 밀어 쓰러뜨렸다. 이에 B씨는 도로에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쳐 크게 다쳤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출혈과 뇌부종으로 열흘 뒤 결국 사망했다.
이로 인해 A씨는 검찰 수사를 받은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의 자전거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고 자전거를 운행해야 하는 업무상의 주의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를 일으켰다"는 혐의였다.
A씨는 재판에서 "자전거도로는 도로교통법상 '차도'와 관련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나란히 달리는 병렬 주행이 허용되고 도로교통법상 안전거리 확보 의무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피해자가 갑자기 자신의 진행 방향으로 진입해 발생한 사고이므로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울산지방법원 이상엽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위반(치사)으로 기소된 A씨에게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에 '자전거 운전자는 안전표지로 통행이 허용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대 이상이 나란히 한 차로에서 달려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자전거 운전자가 자전거전용도로를 통행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전거도로에도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어 "자전거도로는 특별규정이 있지 않은 한 도로교통법에서 정의한 '도로'의 개념에 포함돼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며 "따라서 도로교통법이 정의하고 있는 '차도' '차로' '차선'의 개념은 모두 자전거도로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재판부는 "피해자의 자전거 운전이 서툴러 돌발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A씨는 피해자와 병렬 주행을 했다"며 "A씨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준수했다면 이 사고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이 사고에 피해자 과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A씨의 주의 의무가 전적으로 면제되거나, 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이 사라질 수는 없다"고도 했다.
더욱이 A씨가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기에 급급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 유족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점도 불리한 정상으로 작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