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이프 커터 들고 1시간 서성인 남성… 법원이 그를 감옥 아닌 병원으로 보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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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파이프 커터 들고 1시간 서성인 남성… 법원이 그를 감옥 아닌 병원으로 보낸 이유

2025. 12. 01 12:31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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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게임 매장 출입 금지에 앙심 품고 '살인 예고'

실제 흉기 소지해 방문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단순한 게임 매장 출입 금지 조치가 끔찍한 강력 범죄의 불씨가 될 뻔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죽이러 간다"는 살인 예고 글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24cm 길이의 공업용 공구를 가방에 숨긴 채 매장 앞을 1시간 동안 배회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고인은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그의 가방 속에 있던 '파이프 커터'를 명백한 살인 도구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을 감옥에 가두는 대신 사회와 격리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는 '치료감호'를 선택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치료감호 처분이 내려진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판결(2025고합11, 2025감고1)의 전말을 살펴본다.


게임 매장에서의 퇴출, 온라인 '키보드 워리어'가 현실의 위협이 되기까지

사건의 발단은 약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현병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 중이던 A씨는 천안의 한 카드게임 매장(C 천안점)을 주 1~2회 방문하며 취미 생활을 즐겼다. 그러나 게임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카드를 던지는 등 난폭한 행동을 보였고, 결국 매장 운영자로부터 '이용 금지' 통보를 받았다.


쫓겨난 A씨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는 해당 매장 운영자와 이용자들에게 깊은 증오심을 품게 되었고, 급기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들과 말다툼을 벌이며 갈등을 키웠다. 2024년 6월 1일, A씨는 PC방에서 인터넷 카페에 접속해 "기다려 XX들아"라는 제목으로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을 게시했다.


단순한 화풀이로 보였던 이 협박은 한 달 뒤 현실적인 위협으로 돌변했다. A씨는 매장 운영자와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7월 11일 학교 실습실에서 보관 중이던 '파이프 커터' 1개를 훔쳐 가방에 넣었다. 이날 저녁 7시경 매장에 도착한 그는 1시간가량 출입구 주변을 서성이며 내부를 염탐하고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심지어 범행 다음 날인 7월 12일에는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 "기대해 X새끼들아"라며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다시 게시했고, 이를 본 시민의 신고로 경찰관 10명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파이프 커터는 살인 도구 아냐" vs "죽이러 간다는 문자 보냈다"

재판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퉈진 쟁점은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A씨 측 변호인은 "상해할 의사만 있었을 뿐 살인할 마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가 소지했던 파이프 커터에 대해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한 흉기가 아니며, 이를 준비한 것만으로는 살인죄 실현을 위한 외적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살인예비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며칠 전 지인에게 보낸 "주말에 이 XX년들 죽이러 갑니다. 말리지 말아주세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에 주목했다. 이는 단순한 화풀이를 넘어 구체적인 살해 의사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였다.


또한 논란이 된 '파이프 커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살상 능력을 인정했다. 해당 도구에는 35mm 길이의 날카로운 칼날이 부착되어 있어 급소를 공격할 경우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 A씨가 수사기관에서 "가장 강하고 위험한 도구라 골랐다"고 진술한 점이 근거가 됐다. 법원은 A씨가 흉기를 소지하고 1시간 동안 매장을 배회한 행위 자체가 살인죄 실현을 위한 '객관적인 준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감옥 대신 병원으로... 재판부가 '치료감호'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

재판부는 A씨에게 적용된 살인예비, 위계공무집행방해, 협박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양형에 있어서는 실형 선고 대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인터넷에 살인을 예고하고 실제 위험한 물건을 들고 대상을 물색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A씨가 조현병으로 인해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양형의 주요 참작 사유로 들었다.


특히 재판부는 A씨의 부모가 그를 돌보고 있지만 20대 성인 남성을 완전히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단순한 구금보다는 전문적인 치료가 재범 방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정신감정 결과 역시 A씨에게 장기 지속형 주사제 투여 등 정신재활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제시됐다.


결국 법원은 A씨가 실행의 착수 전 범행을 중단하고 자진 신고한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 격리 치료를 조건으로 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심신미약자의 범죄에 대해 무조건적인 처벌보다는 강제적인 치료를 통해 사회적 위험성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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