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 요구했는데 집 팔아버린 집주인…새 주인이 ‘실거주’ 주장하면 나가야 하나요?
계약갱신 요구했는데 집 팔아버린 집주인…새 주인이 ‘실거주’ 주장하면 나가야 하나요?
만기 4개월 전 갱신권 행사하자 200만원 제시하며 퇴거 요구…변호사들 판단은

전세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후 집주인이 바뀌어도 세입자의 거주 권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 AI 생성 이미지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 A씨. 집주인은 돈이 필요하다며 집을 팔아야 한다고 하더니, 얼마 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실거주할 새 주인이 나타났으니 200만 원을 받고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했다.
A씨의 전세계약 만기는 2026년 12월 16일. A씨는 계약 만료 4개월 전인 지난 8월 11일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집주인은 집을 내놓았고, 결국 실거주를 하겠다는 매수인이 나타나면서 A씨는 이사를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세 보증금 2억 3000만 원에 살고 있는 A씨는 200만 원이라는 합의금이 터무니없다고 느낀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믿고 계속 거주할 수 있을지, 만약 합의하고 이사해야 한다면 얼마를 받아야 할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세입자 갱신 요구 vs 새 주인 실거주, 핵심은 ‘순서’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한 시점이 새 주인이 소유권 등기를 마친 시점보다 앞서므로, A씨의 거주 권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들은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이후에 집이 팔린 경우, 새 주인의 실거주 사유가 갱신 거절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봤다. 갱신 거절 사유의 유효성은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한 시점의 임대인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의뢰인께서 이미 갱신청구권을 적법하게 행사했다면 이후 매매로 소유권이 이전돼도 매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이므로, 갱신청구권은 유효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수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려면 ‘갱신요구권 행사 당시’에 이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상태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중산 김영오 변호사도 “상담자가 갱신 요구를 할 당시 기존 집주인은 실거주 의사가 전혀 없었으므로, 유효한 거절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미 갱신 효력이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단, ‘이 날’까지 새 주인이 등기 마치면 결과 뒤집힐 수도
다만 일부 변호사들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새 주인이 특정 시점까지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치고 실거주를 통보하면, 다툼의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호원 정형준 변호사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양수인(새 주인)도 그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갱신거절 기간 내에 갱신거절 사유를 주장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서 갱신 거절 기간은 계약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다. A씨의 경우 2026년 10월 16일까지다.
HB & Partners의 이충호 파트너 변호사 역시 “매수인이 그날(2026년 10월 16일)까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 의사를 통지하면, 그 거절은 유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그 기한을 넘겨 등기가 이뤄지면 새 주인의 갱신 거절은 효력이 없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이 사안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매매계약 후 허가 절차를 거쳐야 등기가 가능하다”며 “허가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10월 16일까지 등기가 완료될 수 있을지가 실질적인 관건”이라고 짚었다.
“합의금 200만원은 터무니 없어…이사비+@ 요구해야”
만약 A씨가 집주인 측의 사정을 고려해 이사를 결정한다면, 합의금은 얼마가 적정할까. 변호사들은 A씨가 합의해 줄 법적 의무가 없으므로, 200만 원은 거절해도 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는 “부동산에서 제시한 200만원은 이사비와 공인중개사 수수료 등 실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며 “중개보수, 이사 비용, 주거 이전 및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을 종합해 1000만원 수준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은 실무상 충분히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금액”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시티 이지훈 변호사는 합의금 산정 기준으로 이사비, 신규 전세 중개보수, 이주 실비, 신규 전셋집 가격 상승분, 정신적 손해 등을 꼽았다. 그는 “통상 500만~1500만 원이며, 갱신청구권 행사 후 매도 추진이라는 사정을 반영해 상단(1000만~2000만 원) 요구가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변호사들은 섣불리 이사 의사를 밝히지 말고, 내용증명 등을 통해 갱신권을 행사했다는 증거를 남기고 등기부등본을 수시로 확인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