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회사 그만두겠다”고 말한 직원 ‘해고’…법원, ‘무효’
홧김에 “회사 그만두겠다”고 말한 직원 ‘해고’…법원, ‘무효’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어느 직원이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자 화를 참지 못하고 “그럴 바엔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말합니다. 속이 상해서 한 소리였지 정말 그만둘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주위에서 비슷한 경우를 보게 되기도 합니다. 이 때 대부분을 한 날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죠. 그런데 회사에서 정색을 하고 그 직원을 곧바로 해고 조치해 버렸다면?
ㄱ사 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 이야기입니다. 그가 지난 2017년 회사대표와 면담하며 승진과 연봉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표는 “승진은 어렵고 연봉인상은 생각해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대표는 얼마 후 이 말을 번복하며 A씨의 요구를 거절합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가 A 씨에게 “당신은 인사와 연봉에 불만을 가져 관리자급인 팀장 역할 수행에 적절하지 않으니 팀원으로 일하라”고 했습니다.
A씨는 화가 나 “그건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과 뭐가 다르냐. 차라리 그럴 바엔 그만두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대표는 A 씨에게 “회사에서 그만두라고 한 게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그만둔다고 한 것”이라며 “업무인수인계를 준비할 테니 이틀간 연차휴가를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회사는 A씨가 연차휴가를 간 동안 ‘A씨가 자발적으로 퇴사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사내에 공지하고, 다른 사람을 팀장으로 임명했습니다.
A씨는 “퇴사하지 않겠다. 부당하다”고 항의했지만, 회사는 “자발적으로 퇴사했으니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A씨는 결국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고법은 이에 대해 “회사가 A씨를 해고한 것은 무효”라며 “해고 시부터 복직 시까지 A씨가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인 매달 5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2018나2034962).
재판부는 “A씨가 홧김에 ‘그건 그만두라는 말과 뭐가 다르냐. 차라리 그럴 바엔 그만두겠다’고 말한 것은 실제로 사직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아니고,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또 “A씨는 회사에 처우개선을 요구했다가 오히려 팀원으로 하향전직을 요구받았는데, A씨가 이를 자신의 처우개선 요구에 대한 보복조치로 인식하고 감정적인 대응을 한 것이며, 사측은 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A씨가 한 언동은, 회사로부터 일방적이고 부당한 요구를 받자 화가 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그의 사직 의사표시는 민법 107조 1항 단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민법 107조 1항은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