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한 전 남편이 결혼 생활 중에 빌린 돈, 이혼했는데 제가 갚아야 하나요?"
"무능력한 전 남편이 결혼 생활 중에 빌린 돈, 이혼했는데 제가 갚아야 하나요?"
집안에 보탬은커녕 축낸 전 남편의 빚, 이혼했는데도 갚아야 할까
변호사들 "이런 경우면 갚아야 한다"⋯어떤 경우일까

오래 전 이혼한 A씨에게 날벼락 같은 연락이 왔다. "전 남편이 진 빚을 갚으라"는 것. 이제 남남인 사람의 빚을 갚아줘야 할까. /셔터스톡
몇 년 전 이혼한 A씨에게 당황스러운 문자가 왔다. 남남이 돼 버린 "전 남편의 빚을 갚으라"는 내용. 문자를 보낸 상대방은 채권추심업체였다. 채권추심업체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채권자(돈을 빌려준 사람) 대신 채무자(돈을 빌린 사람)에게 돈을 받는 업무를 한다.
업체 측은 빚을 갚지 않으면, A씨 소유의 아파트 분양권을 압류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A씨는 본인 명의로 된 분양권이라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 평생 남편의 빚에 시달렸던 A씨는 그 돈을 갚아줄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러다 분양권을 잃게 될까 걱정된다.
해당 분양권은 이혼 전에 A씨가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얻은 것이다. 이 때문에 업체가 분양권을 압류하겠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당시 전 남편은 10원 한 푼 도와주지 않았다.
전 남편의 빚이 이혼한 자신에게까지 넘어온 게 이해가 가지 않는 A씨. 거듭되는 고민 끝에 변호사에게 문의했다.
변호사들은 이혼한 배우자의 빚이라도 갚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일상 가사'에 사용했을 때다.
'변호사 한병진 법률사무소'의 한병진 변호사는 "이혼 전에 전 남편이 빌린 돈이 일상 가사를 위한 것이었다면, A씨에게도 갚을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이 빌린 돈을 생활비로 썼다면, 부인 역시 그 돈을 갚을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따라서 △전 남편이 어떤 이유로 돈을 빌렸는지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 전 남편이 결혼 생활 중에 빌린 돈을 부부의 가정생활에 보탰다면 A씨에게도 갚을 책임이 생긴다.
이에 따라 채권추심업체 입장에서는 빌린 돈이 '일상 가사' 용도였다는 것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광덕 변호사 사무소'의 이광덕 변호사는 "채권추심업체로서는 해당 채무가 일상 가사에 관한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통해 A씨의 변제 책임을 입증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A씨의 전 남편은 생활비를 가져온 적이 없다. 오히려 전 남편은 집안의 재산을 전부 바닥냈다. 따라서 업체가 A씨의 재산에 가압류를 거는 등의 행동을 하면, 이러한 내용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
법무법인 에셀의 배정호 변호사는 "소명 문제가 관건"이라며 "분양권을 받으면서 대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잘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A씨의 재산 형성에 전 남편이 기여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보여줘야 소송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도 "(사연대로라면) A씨가 갚아야 할 의무가 없는 채무"라며 "가압류가 제기되는 경우, 가압류 이의나 취소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송 변호사는 "업체 측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이란 A씨가 업체에 갚아야 할 돈이 없다는 사실을 법원이 확인해달라는 소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