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인지 모름, 환불 불가" 고지…이것도 사기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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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인지 모름, 환불 불가" 고지…이것도 사기죄?

2026. 04. 02 16:1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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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향수 '가품' 논란, 법조계 "속일 의도 없었다면 죄 성립 안돼"

A씨가 중고 거래로 향수를 팔며 '정품 인증 및 환불 불가'를 명시했지만, 구매자가 가품이라며 환불을 요구했다. / AI 생성 이미지

선물받은 향수를 중고로 팔며 '정품 인증과 환불은 불가'를 사전에 명확히 알렸지만, 구매자로부터 '가품'이라며 사기꾼으로 몰린 판매자의 사연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판매자가 거래 전 정품 여부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지했다면, 사기죄의 핵심 요건인 '속이려는 의도(기망의 고의)'가 입증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판례와 법률가들의 자문을 통해 개인 간 거래에서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지점을 짚어본다.


"정품 인증 불가" 동의해놓고…2주 뒤 "알고 팔았냐" 돌변


사건은 2026년 1월 12일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시작됐다. 판매자 A씨는 선물로 받은 르라보 향수를 판매하며 구매 희망자 B씨와 대화를 나눴다.


B씨가 먼저 "혹시 정품 인증은 불가능하겠죠?"라고 묻자, A씨는 "저도 선물 받은 거라ㅠ 게시글 이외에는 안내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구매 후 환불은 어려우니 부담스러우시면 더 생각해 보시고 구매 부탁드려요"라고 명확히 답했다.


B씨는 이에 "아닙니다. 너무 저렴하게 판매하셔서 ㅎ"라며 구매 의사를 확정했고, 거래는 순조롭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약 2주 뒤인 1월 26일, B씨는 돌연 "저번에 향수 구매했는데 가품이네요 확인 받았습니다 환불 가능할까요?"라며 환불을 요구했다.


A씨가 가품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공식 확인 자료를 요청하자, B씨는 증거 제출을 거부하며 "현재 환불 불가하다고 말씀하신 상황에서 제가 확인시켜드릴 이유는 없는 것 같고, 절차 진행상황에 맞춰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럼 가품인 사실을 알고 판매하셨다는 건가요?"라며 A씨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법조계 "'고지 의무' 다했다면 기망 행위로 보기 어려워"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경우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았다. 사기죄는 처음부터 가품임을 알면서도 정품인 것처럼 속여 이득을 취하려는 '기망의 고의'가 핵심인데, A씨는 오히려 정품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것이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처음부터 가품임을 알면서도 정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 대금을 편취하려는 기망 행위가 입증되어야 하나 본 사건은 고지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인의로 강유진 변호사 역시 "물론 가품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허위로 진품이라는 것으로 상대방을 기망하여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하였다면 사기죄 성립도 가능할 것이나, 선물받아 해당제품이 진품여부를 알 수 없었고 구매자와의 대화 내역에서 이 부분 또한 명시하였기 때문에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낮습니다"라고 말했다.


즉,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중요한 정보를 숨기지 않고 구매자에게 전달하며 신중한 구매를 권유한 이상, '속이려는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유죄와 무죄 가른 결정적 차이, '정품'이라는 단어


과거 법원의 판결들을 살펴보면, 중고거래에서 사기죄 유무를 판단할 때 판매자가 '정품'이라고 적극적으로 속였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


실제로 법원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정품 루이비통 네오노에 MM사이즈 가방을 판매한다"고 글을 올리고, 실제로는 55만 원에 구매한 가품을 판매한 사안에서 사기죄를 인정했다(인천지방법원 2025. 7. 23. 선고 2025고정485 판결).


또한 '정품 C D 가방'을 팔겠다고 속이고 7만 원에 구입한 가품을 판매한 사례에서도 유죄가 선고됐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4. 1. 25. 선고 2023고정719 판결).


이들 사건과 A씨 사례의 본질적인 차이는 명확하다. 유죄 판결을 받은 판매자들은 가품을 '정품'이라고 적극적으로 속인 반면, A씨는 '정품 여부 확인 불가'와 '환불 불가'를 명시적으로 고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민법상으로도 '하자담보책임을 배제하는 특약'으로 인정될 수 있어, 구매자 B씨가 위험을 인지하고 거래에 동의한 이상 A씨에게 환불 의무를 묻기 어렵다.


"증거 없는 환불 요구는 공갈…대화 기록 보존이 최우선"


전문가들은 객관적 증거 제시 없이 환불을 압박하는 B씨의 태도가 오히려 법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B씨의 대응을 "전략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가품임을 확인했다면서도 증거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절차 운운하며 환불을 요구하므로 가품임을 확인했다는 점이 거짓이면 사기죄고, 현재의 행태 또한 공갈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강민기 변호사 역시 "구매자는 가품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어디서 어떻게 확인했는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공식 감정서나 브랜드 매장 확인 없이 일방적으로 가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합니다"라고 꼬집었다.


결국 전문가들은 A씨가 B씨의 부당한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으며, 경찰 고소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정품 인증 불가'와 '환불 불가'를 사전에 고지한 대화 내용 전체를 증거로 확보해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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