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출퇴근 기록, 엇갈린 주장… 런던베이글뮤지엄 해명에 대한 유족 입장은
사라진 출퇴근 기록, 엇갈린 주장… 런던베이글뮤지엄 해명에 대한 유족 입장은
교통카드·카톡 대화로 입증 나선 유족
'영업비밀 서약서'가 동료 증언 막았나

런던 베이글 뮤지엄 매장 모습. /연합뉴스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 정효원 씨가 숨진 지 석 달. 유족은 아들이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고 주장했지만, 회사 측은 "산재는 될 수 없다", "양심에 어긋나는 부도덕한 일을 하지 말라"고 답했다.
이 한마디는 조용히 아들의 억울함을 풀려던 유족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결국 유족은 아들과 같은 사회초년생들이 더는 희생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정효원 씨 유족 측 대리인 김수현 노무사는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처음에는 산재 청구만 조용히 진행하려 했으나, 사업장 측의 대응에 유족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며 공론화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80시간 vs 44시간, 극명하게 엇갈린 노동시간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고인의 노동 시간이다. 유족 측은 고인이 사망 직전 1주 동안 약 80시간, 사망 직전 12주간 주 평균 60시간 이상 일했다고 주장한다.
김수현 노무사는 "회사에서 근무 스케줄표 외에는 제대로 된 출퇴근 기록을 받지 못했다"며, "고인의 교통카드 이용 내역과 여자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대조해 근무 시간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회사 측은 공식 입장문에서 고인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4.1시간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김 노무사는 회사가 '원티드스페이스'라는 앱 기록을 근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이 앱은 직원이 연장근무를 직접 신청해야만 기록이 남는 방식이다. 회사는 이를 근거로 "고인이 14개월간 단 9시간만 연장근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망 직전 12주간의 출퇴근 기록은 남아있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인천점의 지문 인식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전에 파견 근무했던 도산점에는 지문 기록이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밥 먹으러 못 갈 줄 몰랐어"…세상을 떠나기 전, 그가 남긴 마지막 카톡
고인은 숨지기 전날, 약 15시간을 일하면서 한 끼도 먹지 못했다. 회사 측은 "밥맛이 없어 안 먹은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고인이 여자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
> "나 오늘 밥 못 먹으러 가서 계속 일하는 중이야. 오늘 이슈가 있어서 밥 먹으러 갈 수가 없었어. 너무 연락하고 싶었는데 매장이 너무 정신이 없었어."
김수현 노무사는 이 메시지를 근거로 "스스로 식사를 거른 것이 아니라, 일이 너무 바빠 식사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명백한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동료들은 왜 침묵했나…'영업비밀 서약서'의 족쇄
과로사 입증의 중요한 열쇠가 될 동료들의 증언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받은 '영업비밀보호서약서'가 있었다. 해당 서약서에는 비밀유지 대상에 '임직원 활동과 부수적인 모든 내용'이라는 포괄적인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노무사는 "레시피 같은 정보는 영업비밀이 될 수 있지만, '임직원 활동의 모든 내용'은 사실상 회사 생활 전부를 뜻하는 너무 포괄적인 조항"이라며 "무효가 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이 조항 때문에 동료 근로자들이 근무 상황이나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뒤늦은 사과와 남은 과제
논란이 커지자 회사 대표는 SNS를 통해 "담당 임원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유족들께 상처를 드렸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유족 측은 이미 공식 입장문을 통해 실망한 상태였다.
김 노무사는 "유족들은 '진작에 사과부터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걱정하는 투자자들을 먼저 생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했다"고 전했다.
현재 고인에 대한 산업재해 신청은 접수된 상태다. 김 노무사는 "근로복지공단 지침상 과로 인정 요건을 모두 만족하고 있다"며 산재 인정 가능성을 높게 봤다.
특히 "교통카드 기록이나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도 업무 시간을 산정하는 객관적 자료로 인정된다"며 고인이 남긴 마지막 기록들이 그의 억울함을 풀어줄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대표이사 공식 입장문
다음은 런던베이글뮤지엄 대표이사 측이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입장문 전문이다.
이번 사고로 깊은 상심과 슬픔에 잠겨 있을 유족분들과 그동안 저희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사랑해주신 고객분들께,
당사의 부족한 대응으로 인해 유족께서 받으셨을 상처와 실망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진심을 담아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저희를 아끼고 믿어주신 고객 여러분께도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고객 여러분의 신뢰와 애정이 저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사안으로 불안과 실망을 드리게 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故 정효원님은 평소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직원이었습니다. 업무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 유족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근무 시간 외에도 늘 회사와 동료를 위해 고민하고 헌신하던 분이었습니다. 그러한 성실함과 책임감 덕분에 신규 지점 오픈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맡은 역할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주셨습니다.
신규 지점 오픈 업무는 그 특성상 준비 과정에서 업무 강도가 일시적으로 집중되는 업무가 맞습니다. 당사도 이러한 특수 상황을 감안하여, 오픈 직전에는 홀 파트 기준 13명의 인력을 추가 파견해 지원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기 근무하였던 직원들이 쉽지 않은 하루를 보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지문인식기기의 오류로 인해 사고 직전 고인의 실제 근로 기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할 수 없으나, 직전 일주일 함께 근무한 동료 직원들의 근로시간은 분명 평소 근로시간 대비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과로사 여부에 대해서는 회사가 판단내리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답할 수 없음을 양해 부탁 드립니다. 당사가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본 사안과 관련하여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확인 가능한 모든 자료를 있는 그대로 제공하여, 사실이 명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왜곡이나 은폐도 없을 것을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부끄럽게도 사건 초기에 이루어진 현장 운영담당 임원의 대응을 회사에서 상세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담당 임원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해 유족분들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드리게 된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무엇보다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유족의 입장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던 점을 통렬히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잘못된 대응에 대해 회사의 책임을 무겁게 느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겠습니다.
故 정효원님은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과 열정을 지닌 저희의 소중한 동료이자 자랑스러운 구성원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분들의 깊은 슬픔과 아픔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으나, 앞으로는 어떤 말과 행동도 유족의 마음에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도록 회사의 모든 대응 과정에서 세심함과 신중함을 기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남겨진 유족분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도록 회사는 가능한 모든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대표이사 강관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