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서 물이 역류했는데…5층 사는 세입자에게도 청소비를 내라고 합니다
아래층서 물이 역류했는데…5층 사는 세입자에게도 청소비를 내라고 합니다
관리사무소 없는 아파트, 공동 배관 공사 후 5가구에 분담 요구…임대차 계약서엔 관련 특약 없어

아파트 공용 배관 수리비를 청구받은 세입자는 납부할 의무가 없다. / AI 생성 이미지
올해 초 한 아파트로 이사 온 A씨는 최근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3층에서 물이 역류해 공동 배관 청소 공사를 진행했는데, 이 비용을 해당 라인을 쓰는 5세대가 나눠 내야 한다는 통보였다. 5층에 사는 세입자 A씨도 분담 대상에 포함됐다.
관리사무소나 동대표도 없는 건물에서 갑자기 날아온 공사비 청구서. 임대차 계약서에 별다른 특약도 없었다. A씨는 이 돈을 내야 하는 걸까?
"아래층서 물 역류"…느닷없이 5가구에 날아온 공사비 청구서
A씨는 올해 초 이사 온 후 문제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 3층에서 물이 역류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원인으로 지목된 공용 배관에 대해 청소 공사가 진행됐다.
문제는 공사가 끝난 뒤였다. 공사 업체 측은 해당 배관 라인을 함께 사용하는 5세대가 공사비를 나눠 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관리 주체가 따로 없는 건물이다 보니, 비용 분담 요구가 세입자인 A씨에게까지 직접 전달된 것이다.
변호사들 "공용 배관 수리, 원칙적으로 집주인 책임"
변호사들은 결론부터 말해, A씨가 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여러 세대가 함께 쓰는 공용 시설의 수선 책임은 기본적으로 임차인(세입자)이 아닌 임대인(집주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여러 세대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 배관의 노후나 구조적 문제로 청소 또는 수리한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건물 소유자들이 부담할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임대차 기간 중 건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한다. 판례 역시 배관 노후화나 공용 사용에 따른 막힘 현상 등은 임대인의 수선 의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본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공용 배관은 임차인이 단독으로 관리할 수 없는 공용 시설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며 "특약으로 달리 정한 바가 없다면 임차인은 이를 부담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 역시 "관리사무소나 동대표가 없더라도 소유자들의 공용부분 관리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구서 받았다면 '일단 거절' 후 집주인에게 알려야
변호사들은 비용 청구를 받으면 즉시 지급하지 말고, 먼저 집주인에게 알리고 처리를 요청하는 것이 순서라고 조언했다. A씨의 과실로 배관이 막혔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세입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돈을 먼저 내기보다 공사업체 작업내역서, 영수증, 막힘 위치, 원인 확인서, 세대별 분담 근거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며 "받은 자료는 임대인에게 전달하면서 공용 배관 비용 청구가 들어왔으니 처리해 달라고 통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웃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돈을 먼저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는 "임대인에게 '먼저 내 사비로 납부하고 다음 달 월세에서 차감하거나 계좌로 돌려받겠다'라고 합의를 구한 뒤, 반드시 수리 내역서와 영수증을 챙겨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먼저 지급한 비용은 '필요비'에 해당해 집주인에게 즉시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