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서 날아온 "늙ㅂㅈ"…단순 욕설 아닌 성범죄?
랜덤채팅서 날아온 "늙ㅂㅈ"…단순 욕설 아닌 성범죄?
대화 수락 누르자마자 쏟아진 성적 비하…변호사들 "통매음 성립 가능성 높아"

랜덤채팅 앱에서 맥락 없이 보낸 성적 비하 발언은 단순 모욕이 아닌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 AI 생성 이미지
랜덤채팅 앱에서 대화를 수락하자마자 아무런 맥락 없이 쏟아진 성적 비하 발언. 피해자의 인격을 짓밟는 이런 행위는 단순 욕설일까, 아니면 '성범죄'일까.
법조계는 상대방을 성적으로 조롱하며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 또한 '성적 욕망'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익명성에 기댄 '사이버 언어 테러'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을 짚어본다.
"ㅈㅌㅇ좀 보소" 대화 수락하니 날아온 성적 오물
사건은 2026년 6월 2일 밤 10시 30분, 랜덤채팅 앱 '다톡'에서 발생했다. 한 이용자는 대화 수락 버튼을 누른 직후 상대방으로부터 "ㅈㅌㅇ 좀 보소"라는, 신체를 저속하게 비하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지만, 3분 뒤에는 여성의 성기를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늙ㅂㅈ"라는 더 노골적인 표현이 뒤따랐다. 어떤 사전 대화나 다툼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날아온 성적 비하 발언이었다.
피해자는 아무런 대응 없이 불쾌감과 수치심만 떠안아야 했다.
'성적 만족'의 의미…'비하·조롱 통한 쾌감'도 포함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은 가해자의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 이용음란죄에 해당하는지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화가 나서 욕설을 한 경우라면 모욕죄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본 죄의 성립 요건인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은 본인의 성적 욕구를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어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의도도 포함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법원이 일관되게 유지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즉, 성적 흥분뿐 아니라 상대를 성적으로 깎아내리며 얻는 비뚤어진 심리적 만족감 역시 처벌 대상인 '성적 욕망'으로 보는 것이다.
"맥락 없는 반복 전송, 목적 입증에 유리"
다수의 변호사는 이번 사안이 통매음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가해자의 '성적 목적'을 뒷받침할 정황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는 "특히 대화 맥락 없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투척한 행위는 상대방의 성적 목적을 입증하는 데 있어 상당히 유리한 정황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전 대화나 갈등이 전혀 없었다는 점 ▲피해자의 대화 수락을 기다렸다가 공격했다는 점 ▲피해자의 반응이 없는데도 비하 발언을 반복했다는 점 등은 가해자의 주된 목적이 단순한 분노 표출이 아닌 '성적 조롱'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고소장부터 치밀하게"…실무적 조언 쏟아져
다만 전문가들은 법원의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리그 공선영 변호사는 "최근 하급심에서 단순 성적 욕설을 모욕죄로 의율하는 사례도 있으므로, 고소장 단계에서 통신매체이용음란죄와 모욕죄를 함께 구성하는 전략이 실무상 안전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 역시 실무적 어려움을 지적하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조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의 실무에서 통매음 인정범위가 매우 좁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반드시 기소, 처벌하고자 하신다면 고소단계부터 변호사 조력 하에 법리적 검토가 완료된 형사고소장을 정식으로 제출하여 경찰의 진정성 있는 수사를 촉구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대화방 원본, 시간 표시, 상대 계정 정보, 앱 운영사 보관로그 확보가 핵심입니다"라며 신속한 증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