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영상 유포 막으려다 남자친구를 다치게 했어요,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성관계 영상 유포 막으려다 남자친구를 다치게 했어요,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성관계 동영상 유포하려는 남자친구와 실랑이 벌이다가 다치게 해
JTBC 드라마 '로스쿨'의 한 에피소드⋯드라마 속에서는 정당방위 인정받았는데
드라마라서 가능한 '사이다'일까? 변호사들과 함께 분석해봤다

자신과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는 남자친구. 이를 막으려다 남자친구를 밀어 넘어뜨렸고, 다치게 했다. 이 일로 재판을 받게 됐는데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JTBC 드라마 '로스쿨' 속 이야기. 그런데 이는 드라마라서 볼 수 있었던 장면은 아니었을까? /JTBC '로스쿨'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JTBC 드라마 '로스쿨'이 지난 27일 최고 시청률(6.9%)을 기록했다. 이날 주인공이 재판을 통해 극적으로 범죄 혐의를 벗는 모습이 나온 덕이다.
극 중에서 전예슬(고윤정 분)은 남자친구 고영창(이휘종 분)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중상해)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데이트폭력을 당해오던 전예슬은 남자친구가 자신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못했다. 그러다 남자친구로부터 해당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게 된다. 전예슬은 남자친구의 이런 행동을 막으려 실랑이를 벌이다 넘어뜨렸고, 다치게 했다.

이후 재판을 받게 된 전예슬은 "남이 아닌, 함께 미래를 꿈꾸던 남자친구에게서 당한 폭력으로 고통을 받아왔다"면서 "성관계 동영상이 만천하에 유포되는 끔찍한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다가 의도치 않게 고영창을 밀쳐 상해를 입힌 것"이라며 법정에서 자신의 정당방위를 주장한다.
결국 전예슬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됐다. 그런데 이는 드라마라서 볼 수 있었던 '통쾌한 장면'은 아니었을까. 로톡뉴스는 드라마 속 이 장면을 법률전문가들과 함께 시청한 뒤 질문했다.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정당방위로 인정될까요?"
이런 의문이 드는 건 실제 형사 재판에선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게 드물기 때문이었다. 폭행을 막기 위해 어깨를 밀친 경우도 정당방위가 아닌 쌍방폭행으로 기소되기도 한다.
그런데 변호사들은 의외로 "해당 장면이 드라마이지만 법률 고증이 잘 이뤄졌다"는 평가와 함께 "정당방위가 인정될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유) 강남의 이필우 변호사는 극 중 두 사람이 성관계 동영상이 담긴 휴대전화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변호사는 "만일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말만 한 상태인데, 이 사실에 흥분해서 상대를 밀쳤다면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남성은 동영상을 실제 유포하려는 행위를 하고 있었고, 여성이 이를 막으려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정당방위 인정에 힘을 실었다.
특히 "사건 당시 시간대가 야간이었고, 행위자가 혼란스럽고 공포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우리 형법은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자신 또는 다른 이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방어 행위를 한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1조 제1항). 또한 그 행위가 야간 등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흥분·당황으로 인해 이뤄졌다면 처벌하지 않는다(제21조 제3항).

단, 드라마 속에서는 사고 당시 장면이 CCTV 등 증거로 명확하게 남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블랙박스나 녹취 등 증거가 없다면 정당방위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심지연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상대를 밀쳐서 다치게 하지 않고도 성관계 동영상 유포나 협박 행위를 막을 수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를 빼앗는 것 외에는 동영상 유포를 달리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밀친 것이 상해로 이어진 정도라면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율봄 법률사무소의 진선우 변호사는 "성관계 불법촬영과 그 촬영물의 유포는 성폭력처벌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한다(제14조 제1항 및 제2항)"면서 "가해자가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려는 급박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폭행하거나 상해를 가한 것이라면,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당방위로 보호할 수 있는 법익은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협 외에도 명예, 인격권도 포함된다"며 "이 경우 역시 피해자가 자신의 명예와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