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사망 후 나누자" 약정 어기고 자녀에 증여한 형제…법원 "3억 배상하라"
"고모 사망 후 나누자" 약정 어기고 자녀에 증여한 형제…법원 "3억 배상하라"
약정 작성 후 제3자에 증여
항소심서 원고 승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고모가 남긴 부동산을 형제들이 나눠 갖기로 약정해 놓고, 이를 어긴 채 자기 자녀와 손녀에게 몰래 증여한 둘째 아들이 법원에서 억대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법원은 장래에 취득할 재산에 대한 약정도 법적으로 유효하다며 형제들의 손을 들어줬다.
"고모 사망 후 재산 1/6씩 균분"⋯6남매의 재산분배 약정
6남매 중 둘째 아들은 지난 1990년 2월 자녀가 없던 고모에게 입양됐다. 당시 고모는 부산 강서구 일대의 대지와 건물 등을 소유하고 있었다.
장남(첫째 아들·원고 1)과 사남(넷째 아들·원고 2)을 포함한 6남매, 그리고 고모에게 입양된 둘째 아들의 배우자는 1991년 7월 고모 소유 부동산을 공동 관리하다가 고모가 사망한 뒤 6분의 1씩 균등하게 나누기로 합의하고 '재산분배약정서'를 작성했다.
둘째 아들과 그의 배우자 역시 "고모 재산은 육남매가 합의하며, 평등하게 분배한다"는 취지의 서류를 별도로 작성했다.
고모 생전에 자녀·손녀에게 부동산 증여⋯약정 이행불능 상태 초래
하지만 둘째 아들은 고모가 사망하기 전인 1999년 10월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을 자기 명의로 이전한 데 이어, 2015년 11월 자기 아들과 손녀에게 이를 다시 증여했다.
고모는 이후 2021년 12월 사망했다. 둘째 아들이 부동산을 자기 자식과 손녀에게 넘기면서 남매 간 재산분배 약정은 더 이상 이행할 수 없는 이행불능 상태가 됐다.
증여 당시인 2015년 11월 기준 해당 부동산의 시가는 약 3억 8315만 원이었으며, 1인당 6분의 1 지분은 약 6386만 원이다.
고모 사망 후 형제들이 약정 이행을 요구했으나 둘째 아들이 거부하자, 장남과 사남은 둘째 아들을 상대로 약정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삼남(셋째 아들)은 장남에게, 장녀(첫째 딸)와 오남(다섯째 아들)은 사남에게 각각 약정 관련 채권을 양도했다.
이로써 장남은 6분의 2 지분인 약 1억 2772만 원, 사남은 6분의 3 지분인 약 1억 9157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둘째 아들에게 청구하게 됐다.
법원 "처분권한 없는 상태였어도 약정 유효⋯소멸시효도 안 지나"
재판에서 둘째 아들은 약정 당시 처분권한이 없어 무효라거나, 고모 사망 전에 이뤄진 상속재산분할협의여서 무효라는 등 다방면으로 약정의 무효를 주장했다.
또한 이미 소멸시효가 지났다고도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둘째 아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사건을 심리한 부산지방법원은 약정 당시 처분권한이 없었더라도 장래 취득할 재산에 대한 약정은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들을 포함한 형제들은 고모의 직접 상속인이 아니므로 이 약정을 상속재산분할협의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공서양속 위반이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둘째 아들의 주장 역시 증거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둘째 아들이 부동산을 자기 자식과 손녀에게 증여해 약정 이행을 불가능하게 만든 2015년 11월부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단했다.
소송 제기 시점은 이로부터 10년 이내에 이뤄져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둘째 아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둘째 아들이 장남에게 약 1억 2772만 원, 사남에게 약 1억 9157만 원 등 총 약 3억 1929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