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속 상사 강제추행에 1년 반 정신과 치료…회사에도 손해배상 받을 수 있나요?
직속 상사 강제추행에 1년 반 정신과 치료…회사에도 손해배상 받을 수 있나요?
산재 인정받고도 못 받은 월급 30%와 위자료, 가해자와 회사에 공동으로 청구 가능할까

직장 상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해 우울증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피해자는 가해자 외에 회사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막 입사한 회사에서 직속 상사에게 강제추행 피해를 본 A씨. 사건 이후 1년 6개월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고, 이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돼 현재도 산재 요양 중이다.
가해자인 상사는 형사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고 검사는 징역 14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A씨는 아직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받지 못했다.
A씨는 가해자는 물론 회사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다. 장기간의 정신적 고통과 경력 단절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회식 후 강제추행'…1년 반 넘게 이어진 고통
A씨는 갓 입사한 회사에서 직속 상사 B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회식 후 귀가하는 과정에서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B씨의 신체 접촉이 반복됐다.
사건 이후 A씨의 일상은 무너졌다. 이전까지 정신과 치료 이력이 전혀 없었지만, 사건 직후부터 1년 6개월간 주 1회 이상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결국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고, 이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돼 현재까지 1년 6개월간 취업이 불가능한 상태로 산재 요양 중이다.
가해자 B씨는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검사는 B씨에게 징역 14개월과 신상정보 공개 5년, 취업제한 등을 구형했다. 회사 역시 인사위원회를 통해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가해자뿐 아니라 '회사'에도 책임 물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해자뿐 아니라 회사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들은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회사가 함께 책임을 지는 '사용자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가해자는 물론 회사 역시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이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정벽 김인규 변호사 역시 직속 상급자의 행위가 회식 등 직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면 민법 제756조상 사용자 책임을 검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법원 판례도 불법행위가 사업과 시간·장소적으로 근접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이뤄졌다면 외형상 사무집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다.
다만 법무법인태림 대구분사무소 주세형 변호사는 "회사와 가해자에게 각각 위자료를 청구한다고 해서 동일한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이중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해자와 회사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산재 인정'과 '장기 치료', 위자료 증액의 핵심 근거
변호사들은 A씨의 경우 일반적인 강제추행 사건보다 위자료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건 전 정신과 진료 기록이 전혀 없다가, 사건 직후부터 1년 넘게 치료받으며 업무상 질병(산재)으로까지 인정된 점이 핵심적인 증액 사유가 된다는 분석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기왕증이 없는 상태에서 사건 직후 발병했다는 점이 입증 가능하므로, 위자료 증액의 핵심적인 근거가 된다"고 짚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도 "기왕증 없이 사건 이후 발병한 우울증·공황장애 진단 및 1년 6개월간의 장기 치료 기록은 위자료 증액을 위한 가장 강력한 객관적 입증 자료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리온 김태우 변호사는 "이 정도라면 단순 위자료만 청구할 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위자료로 3000만~5000만 원을 검토하고, 치료비와 일실수입 등을 별도로 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직장 상사의 강제추행 등으로 3000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된 판례도 있다.
산재로 못 받은 월급 30%와 치료비, 따로 청구 가능하다
산재로 휴업급여를 받고 있더라도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산재보험은 통상 평균임금의 70%를 휴업급여로 지급하는데, 받지 못한 나머지 30%는 민사 소송을 통해 청구할 수 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산재 요양 기간 중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 70%를 받았더라도, 나머지 받지 못한 30%의 일실수입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재보험에서 처리되지 않은 비급여 치료비나 향후 치료비 역시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된다.
다만 법률사무소 서아람 법률사무소 서아람 변호사는 "휴업급여를 받았다고 나머지 30퍼센트를 기계적으로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소득과 노동능력, 이미 받은 산재보험급여와의 관계를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형사 판결이 선고되면 판결문과 함께 산재 기록, 치료 기록 등을 종합해 가해자와 회사를 공동 피고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