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안 보여요?" 살해 후 모친 걱정에 태연한 연기… 그 '뻔뻔함'이 무기징역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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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안 보여요?" 살해 후 모친 걱정에 태연한 연기… 그 '뻔뻔함'이 무기징역 부른다

2025. 11. 28 18:49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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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가족에 CCTV 보여주며 '완전범죄' 꿈꿔

"치밀한 증거인멸·반성 없는 태도, 양형 기준표서 가장 무거운 가중 요소"

거래처에 옮겨 놓은 뒤 천막으로 덮어 숨겨둔 A씨 SUV /연합뉴스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장기 실종 여성 살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유력 용의자로 체포된 50대 남성은 범행 직후 실종자의 가족들이 안전을 걱정하며 연락해오자, 소름 돋을 정도로 침착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이중적인 행태와 치밀한 범행 은폐 시도는 단순한 도덕적 비난을 넘어, 향후 재판에서 형량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 될 전망이다.


"안 만난 지 오래됐다"… 살인자의 소름 돋는 연기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50대 남성 김 모 씨는 전 연인이었던 A(50대) 씨의 차량 안에서 그를 흉기로 살해하고, 자신이 관리하는 폐기물 업체의 폐저수조에 시신을 유기했다.


경악스러운 점은 범행 직후 김 씨가 보인 태도다. A씨와 헤어진 후에도 잦은 다툼이 있었던 점을 수상히 여긴 A씨의 자녀는 실종 이틀 뒤인 16일, 김 씨의 회사를 찾아갔다. 어머니의 행방을 묻는 자녀에게 김 씨는 태연한 표정으로 "안 만난 지 꽤 됐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회사 CCTV 영상을 재생해 보여주는 치밀함을 보였다. 영상 속 자신의 동선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알리바이를 주장한 것이다. A씨를 살해한 지 불과 48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같은 날 A씨의 노모가 건넨 전화 통화에서도 김 씨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혹시 딸에게 해를 가한 것 아니냐"는 떨리는 목소리에 김 씨는 침착하게 "연락한 지도 오래됐다"며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 그는 지인에게 먼저 연락해 "A가 실종됐다는데 혹시 아는 거 있냐"고 되물으며 수사에 혼선을 주는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서슴지 않았다.


장학금 기탁하던 사업가의 두 얼굴

김 씨의 기만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범행 직후 A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A씨의 직장 상사에게 "퇴사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피해자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해 실종 신고 시점을 늦추려는 계산된 행동이었다.


또한 범행 흔적이 남은 A씨의 SUV 차량을 청주와 진천의 거래처에 숨기면서, 업주들에게는 "자녀가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차를 뺏었다. 잠시 맡아달라"는 그럴싸한 거짓말을 덧붙였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도 그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실종 당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역 사회에서 오폐수 처리업을 하며 번 돈으로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건실한 사업가' 행세를 해왔던 김 씨의 충격적인 두 얼굴이다. 경찰은 김 씨의 이 같은 성향을 분석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실시할 예정이다.


'거짓말'의 대가… 법원은 냉혹하다

그렇다면 김 씨의 이러한 태연한 거짓말과 증거인멸 행위는 법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법조계는 김 씨의 '범행 후 정황'이 재판에서 치명적인 양형 가중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 '반성 없음'은 가장 무거운 가중 요소


형법 제51조는 양형의 조건 중 하나로 '범행 후의 정황'을 명시하고 있다. 김 씨가 유가족을 속이고 수사기관을 기망한 행위는 단순한 방어권 행사가 아닌, 고도의 비난 가능성이 있는 행위로 간주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살인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반성 없음'은 특별가중요소에 해당한다. 법원은 단순히 범행을 부인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고, 거짓 변명으로 일관하는 경우"를 죄질이 극히 불량한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대전고등법원은 유사한 사건에서 "범행 후 정황이 매우 좋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이를 형량 가중의 핵심 근거로 삼은 바 있다(대전고등법원 2022노410 판결). 김 씨가 CCTV를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알리바이를 조작한 행위는 단순 부인을 넘어선 기만행위로, 법원이 이를 엄중하게 꾸짖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2. 사이코패스 성향, 감형 아닌 '보안처분' 폭탄


김 씨에게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확인될 경우, 그가 기대할 수 있는 선처의 여지는 더욱 좁아진다. 대법원 판례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를 심신장애로 보지 않는다. 즉, 정신병을 이유로 형을 깎아주지 않는다는 뜻이다(대법원 85도50 판결).


오히려 이는 재범 위험성을 입증하는 지표가 된다. 울산지방법원은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게 나타난 피고인에게 무기징역과 함께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선고하며 사회로부터의 영구 격리를 주문하기도 했다(울산지방법원 2021고합1 판결). 김 씨 역시 높은 재범 위험성이 인정될 경우 중형과 함께 장기간의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3. "최소 20년에서 무기징역"… 관용은 없다


살인죄의 기본 양형은 징역 10년~16년 수준이지만, 김 씨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계획적 살인 ▲잔혹한 범행 수법 ▲사체 유기 ▲지능적인 증거인멸 등 불리한 정상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특히 사망한 피해자를 두고 태연히 일상생활을 영위하거나 유가족을 우롱한 사건들에 대해 법원은 징역 25년 이상의 중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추세다. 서울고등법원은 범행 후 피해자 옆에서 태연히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피고인에게 "죄책감을 느꼈는지 의문"이라며 징역 27년을 선고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22노2067 판결).


김 씨의 경우 시신을 유기하고 피해자 명의로 문자까지 보내는 등 죄질이 더욱 나빠, 유기징역의 상한선이나 무기징역이 선고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이용해 완전범죄를 꿈꿨던 김 씨. 그가 뱉은 천연덕스러운 거짓말들은 이제 법정에서 그를 옥죄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어 돌아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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