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계정'으로 3일간 욕설과 조롱…X 사이버불링, 가해자 처벌 가능할까?
'비밀계정'으로 3일간 욕설과 조롱…X 사이버불링, 가해자 처벌 가능할까?
몸무게 줄고 잠도 못 자는데…'가해자 특정 어렵다'는 말에 막막한 피해자

소셜미디어 비밀계정을 이용한 사이버불링은 현행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최근 소셜 미디어 X(구 트위터)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3명이 비밀 계정을 만들어 3일에 걸쳐 A씨를 향한 욕설과 조롱을 쏟아낸 것이다.
팔로우를 해야만 게시글을 볼 수 있는 비밀 계정의 특성을 이용한 집단 괴롭힘이었다. 이로 인해 A씨는 몸무게가 줄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불안감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A씨는 모든 게시글을 PDF 파일로 저장해뒀지만, 가해자들이 익명의 비밀계정 뒤에 숨어 있어 처벌이 가능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과연 A씨는 이들을 법적으로 처벌하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이버불링 처벌법'은 없어…모욕죄·명예훼손죄로 따져야
결론부터 말하면 A씨를 향한 조롱과 욕설은 그 내용에 따라 형법상 모욕죄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물을 수 있다. 현재 '사이버불링' 자체를 처벌하는 별도의 법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케이앤디법률사무소 한수연 변호사는 "사이버불링에 해당하나 현재 정보통신망법에 사이버불링으로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 명예훼손, 허위사실적시명예훼손, 모욕, 사이버스토킹으로 접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게시글의 내용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단순한 욕설이나 경멸적 표현은 모욕에 가깝고, 구체적인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린 경우에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며 "게시글의 내용이 단순 비방인지 아니면 구체적 사실을 담고 있는지에 따라 적용 죄명이 달라진다"고 짚었다.
법적으로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만약 허위 사실을 퍼뜨려 명예를 훼손했다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비밀계정의 글, 처벌 핵심 '공연성' 인정될까
다만 가해자들이 '비밀계정'을 이용했다는 점은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즉 '공연성(불특정·다수에게 퍼질 가능성)'이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변호사들의 의견이 다소 갈렸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비밀계정이나 비공개 상태에서 이루어진 욕설과 조롱은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 요건이 흠결될 위험이 있어,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다수의 팔로워가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비공개 계정이라도 다수의 팔로워가 존재하여 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법리상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익명 계정에 해외 플랫폼…'신원 특정' 정말 불가능한가
가해자들의 신원을 특정하는 문제 역시 현실적인 장벽이다. 가해자 중 한 명은 깨끗하게 세탁한 계정을 사용하는 등 익명성 뒤에 숨어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신원 특정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게이트 김범석 변호사는 "상대가 익명이라도 수사기관이 통신자료와 접속기록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신원을 특정하는 것이 실무상 가능하므로, 신원을 모른다는 사정만으로 고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소가 접수되면 수사기관이 X 측에 가입 정보나 접속 기록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임호균 변호사는 "다만 해외 플랫폼 특성상 회신에 시간이 걸리고, 계정 운영 방식에 따라 특정 가능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미리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A씨의 경우 가해자 중 한 명이 청원 참여 내역을 스스로 게시하는 등 단서를 남겨 추적이 비교적 수월할 수도 있다.
정신과 진단서·지인 진술서, 처벌에 영향 주나
A씨가 겪는 정신적 고통을 증명할 자료들이 고소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변호사들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정신과 진단서나 소견서, 피해 상황을 알고 있는 지인들의 진술서 역시 피해 정도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자료는 범죄 성립 자체를 증명하기보다, 가해자 처벌 수위를 정하는 양형 단계나 추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 규모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법률사무소 편율 신상의 변호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시글 원본과 URL, 작성 시각, 계정 정보이므로 삭제되기 전에 원본 화면 그대로 보존해 두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