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부터 합시다” 30년 전 1억 받은 장남, 20억 땅 동생에 ‘절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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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부터 합시다” 30년 전 1억 받은 장남, 20억 땅 동생에 ‘절반’ 요구

2025. 10. 15 16:47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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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1억 현금 vs 현재 20억 땅값

스마트폰 녹음 버튼으로 시작된 형제의 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가족회의 테이블에 앉은 장남 A씨의 첫마디는 ‘안부’가 아니었다.


그는 스마트폰 녹음 버튼을 누르며 입을 뗐다. “이제부터 대화는 녹음부터 합시다.” 30년 묵은 서운함이 아버지의 남은 유산 20억 원을 둘러싼 법적 다툼의 신호탄이 된 순간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1990년, 아버지가 장남 A씨에게 현금 1억 원을 주면서 시작됐다. 당시 아버지는 차남에게 물려준 땅값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설명했지만, 세월은 형제간 재산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최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30년 전 차남이 받은 땅값은 20억 원 가까이 폭등해 있었다.


아버지 사후 남은 유산은 약 20억 원. 동생들은 이 돈을 네 형제가 5억 원씩 공평하게 나누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A씨는 분노했다. “내가 받은 1억 원과 동생이 받은 땅의 현재 가치가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공평하냐”며 “남은 재산의 최소 절반(10억 원)은 내 몫”이라고 맞서면서 형제간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법의 저울은 ‘과거’ 아닌 ‘현재’를 잰다…‘특별수익’의 재구성

형제간의 갈등은 ‘특별수익(Special Benefit)’이라는 법률 쟁점으로 이어진다. 특별수익이란 일부 상속인이 고인에게서 미리 받은 재산을 상속분 계산에 포함하는 제도다. 법은 상속을 ‘과거의 기록’이 아닌 ‘사망 시점의 정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는 명확하다. 생전에 증여한 재산의 가치는 증여한 때가 아닌 ‘상속개시 시점(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한대섭 변호사는 “부동산처럼 가치가 크게 변동하는 자산은 현재 시세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차남이 받은 땅은 현재 시세인 20억 원이 특별수익으로 인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남 A씨가 받은 현금 1억 원 역시 현재 가치로 다시 계산된다.


이시완 변호사는 “1990년의 1억 원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상속개시 시점의 화폐가치로 환산된다”고 말했다. 이 계산법을 적용하면, 차남은 이미 법정상속분(상속인 각자가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상속 금액)을 초과해 재산을 받은 ‘초과특별수익자’가 될 수 있다.


배성환 변호사는 “이 경우 차남은 남은 유산 20억 원에 대해 한 푼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감정싸움은 필패…‘상속재산분할심판’이 유일한 출구”

전문가들은 A씨의 문제 제기가 감정적 호소가 아닌, 법리적으로 타당한 권리 주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십 년 전 증여라도 현재 가치로 재평가받아 상속분을 다시 계산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조선규 변호사는 “형제들이 장남의 주장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상속 재산을 나누는 법원의 결정 절차)을 청구해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A씨가 요구하는 ‘절반’을 그대로 받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법원의 계산법에 따르면 동생들이 제안한 5억 원보다는 훨씬 많은 금액을 상속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30년 전 아버지의 결정이 불러온 형제간의 갈등은 결국 법원의 복잡한 계산기를 통해서야 풀릴 전망이다. 형제의 우애와 묵은 감정은 이제 법정의 차가운 숫자 앞에서 마지막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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