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깎은 월세, 계약 해지 때 발목 잡히는 거 아닌가요?
코로나로 깎은 월세, 계약 해지 때 발목 잡히는 거 아닌가요?
묵시적 갱신, 계약 해지 의사표시 3개월 뒤 효력 발생
대법원의 '사정변경 원칙' 적용하면 즉시 해제 인정될 수도

코로나로 인한 매출 급감으로 결국 문을 닫기로 한 자영업자 A씨는 얼마 전 월세를 깎은 것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셔터스톡
학교 앞에서 10년째 술집을 운영하는 A씨.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했지만, 이제 한계였다. 수업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다 보니 매출은 점점 떨어지기만 하고, 올라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가게를 계속 운영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인 상황. 버텨볼 요량으로 기존 계약을 묵시적 갱신했지만,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얼마 전 감액청구권을 행사해 월세를 깎았던 것. 이것 때문에 해지하는 데 있어 발목이 잡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든다.
변호사들은 임차인(세입자)의 경우 감액청구권을 행사해 월세를 인하 받은 것은 계약 해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임대차계약 해지는 감액청구권 행사와 무관하다"고 했다.
이어 A씨의 경우 묵시적 갱신을 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따라서다.
'변호사 한병진 법률사무소'의 한병진 변호사는 "현재 묵시적 갱신이 된 상황이라면 A씨는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고, 그로부터 3개월 후에 해지 효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굳이 계약 해지 통보 후 3개월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해지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는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사정변경의 원칙이란 "계약을 맺을 때까지만 해도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던 중대한 변경이 발생한 경우, 계약의 해제·해지가 가능하다"는 원칙이다. 이 경우 계약을 이행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해도 해제·해지가 가능하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지난 5월 나온 서울중앙지법의 판례를 그 근거로 들었다. 이 소송은 서울 명동의 한 상가건물을 임차한 액세서리 업체가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90% 이상 감소하자, 임대차계약 해지를 주장하며 제기한 것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코로나19 사태를 불가항력적 사유로 보고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020가단526144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계약의 계속은 당사자에게 적자를 강요하는 것으로서, 사정변경을 인정하지 않으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긴다"며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