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싸운 카톡, 남에게 보여줬다간 '철컹철컹'?
친구와 싸운 카톡, 남에게 보여줬다간 '철컹철컹'?
실명 없어도 문제될까? 변호사 9인의 답변과 법적 쟁점 분석

SNS를 통해 친구와 나눈 대화를 동의 없이 캡처해 공유하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친구와 다툰 대화 내용을 동의 없이 캡처해 부모님께 보여준 한 사람, 이 행동은 과연 법적으로 안전할까?
친구와 다툰 뒤 홧김에, 혹은 조언을 구하려는 마음에 대화 내용을 캡처해 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법하다. 최근 한 온라인 상담 창구에는 바로 이 문제로 속을 끓이는 한 사람의 사연이 올라왔다.
친구 A와 말다툼을 벌인 후, 다른 친구 2명과 부모님에게 조언을 얻고자 A의 동의 없이 대화 내용을 캡처해 전송했다는 것이다. 캡처 본에는 A의 실명도, 개인을 특정할 만한 어떤 정보도 없었다. 오직 둘 사이의 갈등 흔적만 담겨 있었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만약 A가 이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자신을 고소할 수 있을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조언 구하려다 '고소' 당할라…내 카톡 캡처의 운명은?"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된 고민은 법적 분쟁의 가능성으로 번졌다. 대화 당사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적인 대화가 제3자에게 넘어가는 순간, 문제는 복잡해진다.
당사자의 동의 없는 대화 내용 공유는 과연 어떤 법의 심판을 받게 될까. 통신비밀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명예훼손 등 수많은 법률 용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조언을 구하려던 순수한 의도가 되레 법적 책임을 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불안감. 변호사들은 이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놓인 행동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변호사 9인 "실명 없다면 처벌 가능성 낮다"…단서는?
다행히 변호사 대다수는 '형사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질문자가 대화의 당사자고, 조언을 얻고자 캡처 본을 보낸 것이므로 어떠한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법률사무소 오율의 전경석 변호사 역시 "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송한 것만으로는 처벌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일권 변호사도 "실명이 없고 다툼의 흔적만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며 고소되더라도 무혐의 결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심은 '특정성'과 '목적'이었다. 즉, 대화 상대를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고(특정성), 비방이 아닌 조언을 구하려는 목적(공익성)이었다면 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방어선일 뿐, 모든 경우에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경고도 뒤따랐다.
"'누군지 알 수 있다면'…명예훼손·사생활 침해의 덫"
변호사들은 '만약'이라는 단서를 달며 숨겨진 위험을 경고했다. 법무법인 세영의 이소연 변호사는 "대화 내용이 A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 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명이 없더라도 대화 내용이나 주변 정황을 통해 제3자가 A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 명예훼손죄의 '공연성'과 '특정성'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경석 변호사도 "해당 대화를 전송하며 친구를 비난한다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성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형사 처벌을 피하더라도 민사상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김경태 변호사는 "실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A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동의 없이 사적인 대화가 공유된 것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은 사생활 침해(프라이버시권 침해)를 주장하며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법의 심판대에 오르지 않더라도 친구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법적 책임 피하는 '슬기로운 캡처 생활' 지침
결론적으로, 실명 없는 다툼 대화 캡처 공유는 '위험한 줄타기'와 같다. 처벌 가능성은 낮지만, 절대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박성현 변호사는 "향후 분쟁을 방지하려면 가능한 한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거나, 익명 처리 후 최소한의 정보만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굳이 공유해야 한다면, 대화 상대가 누구인지 절대 유추할 수 없도록 철저히 익명화하고, 비방이나 험담을 덧붙이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사소한 호기심이나 감정적인 대응이 법적 분쟁이라는 큰 파도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