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만 요란했던 특수활동비 검증, 처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빈 수레만 요란했던 특수활동비 검증, 처음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2020. 11. 10 21:22 작성2020. 11. 10 21:43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윤석열 총장이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쓴다" 추미애 장관 발언으로 시작된 공방

여야 법사위원 13명, 직접 대검찰청 특활비 검증 나섰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진행된 국회 법사위의 검찰과 법무부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현장검증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초동이 '특수활동비'라는 늪에 빠졌다. 지난 5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는 호기로운 발언이 나온 직후, 여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 13명이 대검찰청으로 달려가 장부를 열어봤다.


이에 "여당과 국회가 윤 총장의 잘못된 특활비 사용의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는 보도도 쏟아졌다. 그러면서 추 장관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스모킹건'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의원들은 관련 자료가 부족해 구체적인 집행 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는데, 이는 예상된 흐름이었다. '기밀 수사에 사용'하는 예산인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처리 등 그 내역을 증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모든 내역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별것 없이' 마무리된 특활비 논란은 10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의외의 사실 두 가지가 드러나면서다. ①윤 총장이 특활비를 검사들 격려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내용과 ②법무부 장관이 대검에 배정된 특활비를 법무부에서 쓰게 했다는 사실이다.


모두 명백하게 특활비 목적과 다르게 사용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로톡뉴스 취재 결과, 이런 식의 사용도 특활비 규정 위반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특활비는 사용처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감사원에 문의해봤지만, "사안에 따라 다르다"는 애매한 답변을 했다.


새로운 국면 맞은 '특활비 논란' 두 가지

① 특활비를 식사 등 격려 행사에 지출

10일,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대검은 "윤석열 총장은 일선청 검사들 격려 차원에서 특활비를 썼지만,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특활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검에 진위 여부를 확인한 결과 "오보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실로 봐도 무방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특활비는 기밀 수사 등에만 지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2020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는 특활비를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규정한다. 여기에 '식사' 등 행사에 써도 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용도와 다른 사용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논란이 있으니, 기준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면 좋겠지만 특활비의 경우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고 감사원 관계자는 밝혔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논란이 있으니, 기준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면 좋겠지만 특활비의 경우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고 감사원 관계자는 밝혔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② 검찰의 특활비를 법무부가 사용

또 다른 의혹은 검찰의 특수활동비로 배정된 예산을 법무부가 임의로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법무부가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특활비를 검찰에 배정했다가, 그 일부를 다시 가져가는 '상납'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9일, 추 장관이 "예년과는 달리 검찰 특수활동비를 배정받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불거졌다. 마치 추 장관의 전임자들은 위같은 '편법'을 통해 검찰의 특활비를 썼다는 취지로 들렸기 때문이다.


여기엔 박상기 전(前) 법무부 장관까지 가세했다. 박 전 장관은 "검찰 특활비는 법무부 예산"이라며 "그것을 먼저 제외하고 내려보내느냐, 검찰에 다 내려 보낸 뒤 다시 법무부 특활비로 쓰느냐는 (예산 집행) 절차의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상납 구조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용도를 벗어난 사용이라는 점에서 '격려 행사'(①)와 다를 바 없다.


관련 규정 없는 특활비⋯적합한 사용인지는 사안마다 따져봐야

이런 논란이 있으니, 기준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면 좋겠지만 특활비의 경우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특활비를 검증하는 감사원에 문의한 결과 그랬다. 그 이유는 애초에 '사용처를 제한하거나 목적을 제한한다'고 명시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감사원 관계자도 이에 대해 "(특활비 사용 검증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규정이 명확하면, 안 되는 것은 (확실히) 안 된다고 거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며 "사례에 따라 적절한 사용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변호사 김광수 법률사무소'의 김광수 변호사. /로톡 DB
'변호사 김광수 법률사무소'의 김광수 변호사. /로톡 DB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니, 상황에 따라 특활비의 목적에 적합했는지 하나씩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식사 비용에 지출했더라도, 경우에 따라 특활비로 사용한 게 "맞다, 아니다"로 나뉠 수 있다.


이에 대해 '변호사 김광수 법률사무소'의 김광수 변호사는 "현재 법률에는 특수활동비의 정의와 사용처 등에 대한 규정이 없고, 내부 지침만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계 등의 규정이 없으므로 명백한 사적 사용이 아니라면, 현재 규정만으로는 문제 삼기 어려워 보인다"며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는 수사활동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여야의 특활비 공방은 처음부터 무의미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내역을 확인한다고 해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앞서 추 장관의 '특활비 의혹 제기'부터 여야 의원들의 날선 공방, 그리고 그 검증까지 모두 의미 없는 일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