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서 'ㅈㅈ 볼래요?' 한마디 했다가 '경찰에 고소하겠다'는 답장, 처벌될까?
랜덤채팅서 'ㅈㅈ 볼래요?' 한마디 했다가 '경찰에 고소하겠다'는 답장, 처벌될까?
상대방 거절에도 재차 질문, 놀라서 사과하고 차단…변호사들 “통매음 성립 가능성 있어”

한 남성이 랜덤채팅 앱에서 성적 메시지를 보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고소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랜덤채팅 앱에서 알게 된 상대에게 카카오톡으로 성적인 메시지를 보낸 A씨. 그는 호기심에 던진 한두 마디 말 때문에 성범죄자로 고소당할 위기에 처했다.
A씨는 최근 랜덤채팅 앱에서 한 이용자의 프로필을 보고 카카오톡으로 말을 걸었다. 얼굴은 가려져 있었지만, 가슴이 파인 옷을 입고 카카오톡 아이디를 올려 둔 것을 봤기 때문이다.
A씨는 상대에게 "비떱(뚱뚱한 여성을 뜻하는 은어)이 맞냐"고 묻고, 이내 성기를 뜻하는 초성인 'ㅈㅈ'를 언급하며 "ㅈㅈ 볼래요?"라고 물었다. 상대방이 "싫다"고 답했지만, A씨는 다시 "볼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상대방은 전화번호를 달라고 요구했고, 덜컥 겁이 난 A씨는 상대방을 차단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잠시 후 다른 카카오톡 계정으로 연락이 왔다. A씨가 보냈던 대화 내용 캡처 사진 3장과 함께 "분명히 싫다고 했는데 왜 그러셨냐. 내일 경찰에 고소하겠다"는 메시지였다.
너무 놀란 A씨는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낸 뒤 이 계정도 차단했다. 한순간의 실수로 성범죄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A씨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거절했는데도 또다시…'반복'이 통매음 성립의 발목 잡나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행동은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통매음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글 등을 상대방에게 보내는 경우 성립한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상대방의 거절 의사에도 불구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한 점을 가장 불리한 요소로 꼽았다.
법무법인 게이트 김병현 변호사는 "'ㅈㅈ 볼래요?'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보낸 부분은 상대방이 명시적으로 싫다고 답한 이후에도 다시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는 점에서 불리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싫다'고 한 이후 다시 같은 취지로 물었다는 점은 불리한 사정"이라고 봤다. A씨가 사용한 'ㅈㅈ'라는 표현 자체가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다만, 실제 성기 사진이나 영상을 전송하지는 않았고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섣부른 사과와 합의 시도는 금물…'합의금 헌터' 가능성도
변호사들은 A씨가 놀라서 여러 차례 사과한 행동이 수사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는 "놀라서 보낸 사과 메시지는 방어권 행사에 조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과가 곧바로 범죄를 인정한 것으로 단정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상대방이 합의금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 이른바 '합의금 헌터'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포 법률사무소 이재현 변호사는 "대화 직후 곧바로 캡처본을 들이밀며 압박해 온 정황을 보면, 실제 처벌을 원하기보다 겁을 주어 합의금을 뜯어내려는 목적인 '합의금 헌터'일 가능성도 있다"며 "이들이 금전을 요구해 오더라도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은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세림 김환 변호사는 "지금은 상대방에게 다시 연락하거나 임의로 돈을 보내지 말고, 계정 정보와 남아 있는 자료를 보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경찰 연락 오기 전엔 '일단 정지'…추가 대응은 독
그렇다면 A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실제 경찰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어떤 추가적인 행동도 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예준 신선우 변호사는 "상대방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고, 추가 계정으로 연락이 오더라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며 "협박, 금전 요구 등이 있다면 그 화면은 삭제하지 말고 캡처하여 보관하라"고 조언했다.
만약 실제 고소가 이뤄져 경찰에서 연락이 온다면, 그때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대응해도 늦지 않다.
법무법인 감명 김승선 변호사는 "실제로 경찰에서 연락이 온다면 그때 급하게 진술하기보다는 조사 전에 전체 경위를 변호사와 검토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이번 사건은 성적 표현의 존재 자체보다 그 표현을 보낸 목적과 대화 전후 정황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병현 변호사는 "초범이고 행위가 비교적 경미하므로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면 반드시 사전에 법률 전문가와 상담 후 진술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