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줄게, 소송 취하해" 남편의 위험한 제안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4억 줄게, 소송 취하해" 남편의 위험한 제안

2026. 05. 12 17:5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이혼소송 중 재산 약속, 믿었다간 '빈손' 될 수도

이혼소송 중인 남편이 소송을 취하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 AI 생성 이미지

살해 위협까지 일삼던 남편이 "이혼 소송을 취하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며 4억 원을 먼저 입금하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해 왔다.


평생 폭언과 폭력에 시달려 온 아내는 흔들린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법원의 확인' 없이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전 재산 줄게, 소송 취하' 요구…딸의 의심 "이거 말장난 아닌가요?"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력, 심지어 살해 위협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마침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판결까지 가면 위자료를 포함해 최대 8억 원의 재산을 받을 수 있는 상황.


소송에서 질 것이 뻔해진 아버지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이혼을 취소해 주면 전 재산을 주겠다며 회유에 나섰다. 당장 4억 원을 즉시 줄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내놓았다.


평생 생활비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던 어머니는 남편의 말에 감동해 합의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던 딸은 '말장난'이 아닌지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의 돈이 아내의 통장으로 옮겨지는 것은 결국 '공동재산'의 위치만 바뀌는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딸은 아버지 측 변호사가 패소를 피하기 위해 던진 '미끼'일 수 있다고 보고, 이 위험한 제안을 받아도 되는지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단순 계좌이체, 여전히 공동재산…공증도 만능 아냐'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매우 위험한 접근'이라고 경고했다. 한병철 변호사는 “부부 사이 재산 이전은 단순 계좌이체만으로 완전히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혼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향후 ‘명의만 옮긴 공동재산’이라고 주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규 변호사 역시 “계좌이체만으로는 실질적으로 재산이 완전히 어머님 단독재산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재산 포기' 각서를 공증받으면 안전할까? 이마저도 '만능 열쇠'가 아니었다.


전종득 변호사는 “이혼 전 ‘재산분할 포기’ 문구는 사전 포기로 보아 무효가 될 수 있어 설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약속은 실제로 협의이혼이 이뤄져야만 효력이 생긴다. 만약 돈만 받고 소송을 취하한 뒤 이혼에 이르지 못하면, 해당 합의는 '조건 불성취'로 효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 몰래 합의금 축소?'…'절대 안 될 일, 더 큰 분쟁 부른다'


다급해진 딸은 변호사 성공보수를 아끼기 위해 '실제 4억을 받지만, 변호사에겐 1억만 받았다고 말하면 안 되느냐'는 생각까지 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만류했다.


김무룡 변호사는 “변호사에게 4억 중 1억만 받았다고 말하시려는 부분은 절대 권장드리기 어렵습니다”라며 “허위 보고는 이후 법적 분쟁 시 어머님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윤석 변호사 또한 성공보수는 실제 얻은 이익이 기준이므로 사실과 다르게 알리면 “추후 위약금 등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변호사와의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것은 물론, 더 큰 법적 분쟁을 야기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가장 안전한 길은 '법원 조정'…'확정판결과 동일 효력'


그렇다면 이 상황을 가장 안전하게 매듭짓는 방법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현재 진행 중인 소송 절차 내에서 '법원의 조정'이나 '화해권고결정'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이는 단순 합의서나 공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법적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심규덕 변호사는 “법원 조정조서나 화해권고결정이 기판력(재소송을 막는 힘)과 집행력을 가져 가장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이진훈 변호사 역시 “안전한 방식은 법원 조정이나 화해권고결정으로 확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이려거든, 소송을 섣불리 취하할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조정안에 그대로 담아 법원의 결정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만이 달콤한 약속이 '말장난'으로 끝나지 않게 하는 유일하고 확실한 길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