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성매매 의사 없었으면 알선도 무죄? 대법원 답은 'NO'
손님이 성매매 의사 없었으면 알선도 무죄? 대법원 답은 'NO'
대법원 "성매수남의 내심 의사 없어도 주선 행위만으로 처벌 대상"
알선죄의 독자적 성립 인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성매매를 주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이 소개한 손님(성매수남)은 정작 성매매를 할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거래 당사자 중 한쪽이 거래 의사가 없었다면, 이를 연결하려던 행위는 '미수'나 '무죄'에 해당하지 않을까.
이 사건은 단순한 사실관계 다툼을 넘어 '알선'이라는 행위가 법적으로 언제 성립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법리 공방으로 이어졌다.
최근 대법원은 손님의 실제 의사와 무관하게 주선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확고한 판단을 내렸다. 사건의 전말과 법원의 판단 근거를 살펴본다.
"단순 소개인가, 은밀한 거래인가"... 엇갈린 진술과 '2차'의 의미
사건의 발단은 피고인 A씨가 남성 D씨와 여성 E씨를 연결하면서 시작됐다. 수사 기관은 A씨가 금품을 대가로 성매매를 알선했다고 판단해 그를 기소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벌금 300만 원을 부과했다.
A씨는 즉각 항소했다.
그의 주장은 명확했다. 설령 자신이 두 사람을 연결해 줬다 하더라도, 남성 D씨에게는 애초에 성매매를 할 의사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성매매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의사가 합치되어야 하는데, 사는 사람이 그럴 마음이 없었으니 '알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또한 자신에게도 성매매를 알선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관계 조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언이 확보됐다.
A씨로부터 도우미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인물 G씨의 진술이다. G씨는 "당시 A씨로부터 '2차'가 가능한 도우미 1명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유흥업계에서 통용되는 은어인 '2차'는 통상적으로 성매매를 의미한다.
결국 A씨가 남성 D씨와 여성 E씨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성매매가 가능한 여성'을 구체적으로 찾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관건은 '손님 D씨가 성매매 의사가 없었다'는 A씨의 방어 논리가 법적으로 유효한지 여부였다.
항소심의 판단 "주선자의 인식이 핵심, 손님 마음은 중요치 않다"
부산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G씨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A씨가 사건 당시 성매매 알선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의사를 가지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A씨가 '2차(성매매)'가 가능한 여성을 요청했고, 이를 통해 D씨와 E씨를 연결했다면, 이미 A씨의 머릿속에는 성매매 알선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성매매를 하려는 양 당사자 사이에서의 알선 행위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성매매 알선 혐의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 성매매가 이루어졌는가' 혹은 '손님이 진짜 원했는가'보다 '주선자가 어떤 의도로 개입했는가'라는 점을 시사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의 쐐기 "알선은 독자적인 범죄... 정범의 종속물 아니다"
대법원의 판단 역시 단호했다.
대법원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알선'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정의하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성매매 알선은 당사자 사이에 서서 이를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라며 "성매매를 하려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연결하여 더 이상 알선자의 개입이 없더라도 성매매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주선행위만 있으면 족하다"고 설시했다.
즉, 실제 성매매가 성사되거나 당사자가 대면하는 단계까지 가지 않아도 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의 핵심은 '성매매 알선죄'가 '성매매죄'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범죄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데 있다. 대법원은 "성매매 알선죄는 성매매죄 정범에 종속되는 종범(방조범)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자적인 정범을 구성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알선자가 주선 행위를 했다면, 설령 성매수자(손님)에게 실제로 성매매를 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성매매 알선죄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손님의 마음이 어떠했든, 중간에서 다리를 놓으며 '판'을 깐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결국 '손님은 그럴 마음이 없었다'는 A씨의 항변은 법리적으로 통하지 않는 변명에 불과했다. 법원은 주선자가 '2차'를 언급하며 만남을 주선한 시점에서 이미 범죄는 완성되었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은 성매매 알선 범죄가 결과 발생 여부나 상대방의 내심의 의사와 관계없이, 알선 행위 자체의 위험성과 사회적 해악을 근거로 엄격하게 처벌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참고] 부산지방법원 2020노1076 판결문 (2020. 10. 23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