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금 급하다”는 친척 말에 부동산 담보 내줬는데…6년 만에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나?
“운영자금 급하다”는 친척 말에 부동산 담보 내줬는데…6년 만에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나?
담보 부동산 경매 넘어가자 “대체 부동산 주겠다” 약속…알고 보니 대출금은 ‘빚 돌려막기’에 사용

A씨 아버지가 친척의 사업자금 부탁에 부동산을 담보 제공했으나, 친척이 대출금을 다른 용도로 써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갔다. / AI 생성 이미지
A씨의 아버지는 친척의 간곡한 부탁을 외면하지 못했다. “일시적인 운영자금이 급하다”는 친척의 말에 자신의 부동산을 공동담보로 제공했다.
하지만 이는 6년에 걸친 악몽의 시작이었다. 담보로 대출받아 간 친척은 원리금을 갚지 못했고, 결국 A씨 아버지의 부동산은 2024년 경매로 넘어갔다. 이후에도 친척은 “대체 부동산을 주겠다”며 시간을 끌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A씨가 직접 나서 자금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운영자금’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알게 됐다. 대출금은 친척의 기존 빚을 갚는 ‘돌려막기’에 고스란히 쓰였다. 6년 전 벌어진 일이지만, A씨는 지금이라도 친척을 사기죄로 고소하고 싶다.
“운영자금 필요하다”던 친척, 대출금은 ‘빚 돌려막기’에
사건은 202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의 숙모와 그 자녀(사촌)는 A씨의 아버지를 찾아와 사업 운영자금이 급하다며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해 달라고 부탁했다. A씨의 아버지는 이를 수락했고, 친척들은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않았고, 결국 2024년 1월 A씨 아버지의 부동산은 경매로 제3자에게 넘어갔다. 재산을 잃은 A씨의 아버지가 항의하자 친척들은 “끝까지 해결하겠다”며 2026년 4월까지 다른 부동산으로 소유권을 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A씨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친척을 믿고 기다렸지만, 이 약속마저 물거품이 됐다. 결국 A씨가 2026년 5월부터 직접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대출금은 애초에 말했던 운영자금이 아닌, 친척들의 기존 사채와 은행 빚을 갚는 데 쓰였다. 심지어 당시 대출을 담당했던 은행 직원은 “대출금이 나가자마자 바로 다른 채무를 갚는 것을 보고 마지막까지 왔구나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
6년 지났지만…‘사기 안 날’부터 6개월, 고소기간 따져보니
결론부터 말하면, 고소는 가능하다. 변호사들은 친족 간 사기죄의 ‘고소기간’ 기산점이 언제가 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현행법상 동거하지 않는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할 수 있다. 친고죄는 원칙적으로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길 길기범 변호사는 “‘처음부터 운영자금이 아닌 채무 변제 목적이었다’는 기망 사실을 2026년 5월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면, 현재는 6개월 기간 내에 있어 고소가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 역시 “2026년 5월에 처음으로 운영자금이라는 설명이 허위였고, 대출금이 즉시 기존 채무 변제에 사용된 사실을 객관자료로 확인했다면 그 시점을 고소기간의 시작으로 주장할 여지는 있다”고 봤다.
다만 김 변호사는 “2024년 경매 당시 이미 사기 피해를 알 수 있었다고 판단되면 기간이 지났다고 볼 위험도 있다”며 “기간 다툼을 피하려면 6개월 안에 고소장을 접수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변호사들 “용도 속인 것 명백하다면 사기죄 성립 가능”
고소기간 문제와 별개로 변호사들은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기죄는 돈을 갚지 못했다는 결과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빌릴 당시부터 상대를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처음부터 기존 채무 변제라는 진정한 목적을 숨기고 운영자금 명목으로 담보를 제공받은 정황이 뚜렷하게 확인되므로 이는 전형적인 용도 기망에 의한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처음부터 변제능력이나 의사 없이 운영자금이라고 속여 담보를 제공받았는지가 핵심”이라며 “당시 재산상태, 대출금의 즉시 사용처, 기존 채무와 근저당 내역, 은행 담당자의 진술 등은 기망의 고의를 판단할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대출금 사용처가 운영자금이 아닌 기존 채무 변제였다는 점은 명백한 기망행위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입증 자료가 확보된 만큼 혐의 입증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