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면 다 해줄게” 잠자리 후 잠적한 연인, 사기죄 처벌 가능할까
“사귀면 다 해줄게” 잠자리 후 잠적한 연인, 사기죄 처벌 가능할까
연애 중 약속 불이행, 법조계 “사기죄 성립 어려워” 한목소리…데이트 비용은 ‘처음부터 속일 의도’ 입증이 관건, 공소시효는 7년

연인 간 '사랑의 약속'을 어긴 것을 사기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사랑’을 미끼로 한 약속을 믿고 마음과 돈을 썼지만 배신만 남았다면, 법은 당신을 구해줄 수 있을까.
“나랑 사귀면 뭐든 다 해주겠다.”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성관계 후 싸늘하게 식어버린 태도와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뿐이었다.
심지어 함께 만나며 쓴 밥값 등 데이트 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억울함을 ‘사기죄’로 물을 수 있을까.
연인 간의 달콤한 약속이 깨졌을 때, 그 책임을 법정에서 물으려는 한 시민의 질문에 변호사들이 답했다.
잠자리 후 깨진 약속, 사기죄 문턱은 높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인 관계에서 이뤄진 약속 불이행을 사기죄로 처벌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사기죄 성립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잘라 말했고,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단순한 연애 과정에서의 기대와 실망은 사기죄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에는 결혼을 빙자해 성관계를 맺는 행위를 처벌하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있었지만, 이 법은 이미 폐지됐다. 법률사무소 정로 배소연 변호사는 “현재 혼인빙자간음죄는 폐지되었기 때문에 상대방이 결혼을 빙자하여 성관계를 가졌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인 간의 성관계 자체를 법이 보호하는 재산적 가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부녀를 기망하여 성관계 대가를 면하는 경우 이는 재산상 이익으로 보아 사기죄가 성립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성매매처럼 명확한 대가 관계를 약속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연인 관계에서의 약속은 ‘거래’로 보기 어려워 사기죄의 잣대를 들이대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내가 낸 밥값, 돌려받을 수 있나…‘처음부터 속일 의도’ 입증해야
그렇다면 상대방의 약속을 믿고 지출한 식사 비용 등은 어떨까. 이 부분은 이론적으로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핵심은 상대방이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마음 없이, 돈을 쓰게 할 목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점, 즉 ‘편취의 범의(범죄 의도)’를 입증하는 것이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식사비용의 경우도 통상적인 데이트 비용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아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처음부터 약속을 이행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명백히 입증된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수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기망 고의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증거 싸움이다. 법무법인(유한) 한별 김전수 변호사는 “몇 년 전 일이고 연인관계였던 것은 맞아 보여서 현실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그 사람과 나누었던 대화내역이나 문자내역 같은 것들이 남아있다면 좋다”고 조언했다. 상대방의 약속과 내가 돈을 쓴 행위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증명해야만 법의 문을 두드려볼 수 있다는 의미다.
공소시효 10년? 7년?…변호사들도 헷갈린 ‘결정적 시간’
이번 상담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지점은 ‘공소시효’에 대한 혼선이다. 질문자는 사기죄 공소시효를 10년으로 알고 있었고, 다수의 변호사들도 “10년이 맞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종 법적 분석 문서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현행법상 일반 사기죄(형법 제347조)의 공소시효는 ‘7년’이라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7년으로 규정한다. 일반 사기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므로 여기에 해당한다. 사기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죄의 경우에만 공소시효가 10년(50억 원 미만) 또는 15년(5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순간적인 착오가 있을 만큼 복잡한 규정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사랑의 배신을 법으로 단죄하는 길은 험난하다. 연인을 기망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는 점을 명백한 증거로 입증해야 하고, 그마저도 7년이라는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는 “명확하게 금전지급과 성관계, 연인관계가 대가성이 서로 있었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