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 의심에 주주명부 요구…'개인정보'는 만능 방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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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경영 의심에 주주명부 요구…'개인정보'는 만능 방패일까

2026. 02. 03 10:3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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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소는 공개해야"…주주 알 권리의 명확한 한계와 방법

비상장회사 주주 A씨가 경영 감시를 위해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주주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 AI 생성 이미지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경영 감시'를 위해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개인정보보호'를 내세워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법정 기재사항인 '주소'는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가 끝까지 버틸 경우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이 신속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주주의 정당한 권리와 그 명확한 한계를 짚어본다.


"경영이 수상하다"…주주명부 요구에 돌아온 차가운 답변


비상장 회사의 주주 A씨는 최근 악화하는 회사 경영 실적에 부실 경영의 그림자를 느꼈다. 그는 다른 주주들과 연대해 경영을 감시하고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첫걸음으로 회사에 다른 주주들의 연락처(전화번호 또는 주소)가 포함된 주주명부의 열람과 등사(복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돌아온 것은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차가운 답변과 함께 이름, 지분율 등 극히 일부의 정보뿐이었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주주명부 원본 전체를 보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됐다.


'개인정보'라는 방패, 법원에선 통할까?


회사가 내세운 '개인정보보호' 주장은 과연 법적으로 타당할까? 전문가들은 상법이 보장하는 주주의 권리가 우선한다고 지적한다. 상법 제396조 제2항은 주주가 언제든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역시 이 권리가 지배주주의 권력 남용을 막고 소수주주권을 보호하는 중요한 장치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회사가 개인정보보호법을 방패로 삼아도, 법원은 상법상 '법정 기재사항'에 한해서는 주주의 손을 들어준다.


대법원은 "이러한 범위 내에서 행해지는 실질주주명부의 열람 또는 등사가 개인정보의 수집 또는 제3자 제공을 제한하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다235841 판결)고 판시했다. 여기서 '이러한 범위'란 상법이 정한 주주명부 기재사항을 의미한다.


'주소'는 열람 OK, '전화번호'는 NO…명확한 선 긋기


그렇다면 주주는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 핵심은 상법 제352조가 정한 '주주명부 법정 기재사항'이다. 법에 따르면 주주명부에는 ▲주주의 성명과 주소 ▲보유 주식의 종류와 수 ▲주권 번호 ▲주식 취득연월일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A씨는 다른 주주들의 '주소'까지는 확인할 명백한 권리가 있다.


이주락 변호사는 "회사는 주주가 열람 신청 시, 주주의 주소가 포함된 주주명부를 열람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 지금처럼 주소를 보여주지 않는 것은 그 의무 위반입니다"라고 정확히 지적했다.


반면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는 법정 기재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회사가 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위법은 아니다. 법이 허용한 주주의 알 권리와 개인정보보호의 경계가 명확히 나뉘는 지점이다.


회사가 끝까지 버틴다면…'가처분 신청'이 최후의 카드


만약 회사가 법정 기재사항인 '주소'마저 공개하지 않고 버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제시했다. 가처분은 본안 소송보다 신속하게 법원의 결정을 받아낼 수 있는 절차다.


김경태 변호사는 "이를 거부할 경우, 법원에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통해 권리를 실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임박했거나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이라면 시간 싸움에서 가처분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김명수 변호사 역시 "이미 판례로 확립되어 있어 본안소송까지 갈 필요가 없을겁니다"라며 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A씨는 주주명부의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는 없지만, 법이 보장한 '주소' 정보를 확보해 경영 감시라는 본래의 목적을 향한 첫발을 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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