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기사가 ‘치워달라’며 남긴 생수병, 폭발해 고막 파열…보상은 어떻게?
AS 기사가 ‘치워달라’며 남긴 생수병, 폭발해 고막 파열…보상은 어떻게?
냉매 찌꺼기 담긴 병 치우다 청력 저하·이명 후유증…변호사들 “성급한 합의는 금물”

대기업 AS 기사가 남기고 간 냉매 폐기물 병이 폭발해 취업준비생이 청력 손실 등 부상을 입었다. / AI 생성 이미지
취업준비생 A씨는 최근 대기업 제품의 AS를 받았다. AS 기사는 돌아가면서 ‘치워 달라’며 냉매 찌꺼기가 든 생수병을 A씨의 집에 두고 갔다.
A씨가 이 생수병을 치우려던 순간, 병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A씨는 고막을 다치고 한쪽 귀의 청력이 떨어졌다. 귀에선 이명(귀울림)까지 생겼다.
현재 본사와 보험 처리가 진행 중이지만, A씨는 참담한 심정이다. 기사가 남긴 폐기물이 폭발사고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A씨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AS 기사가 남긴 '시한폭탄'…책임은 회사에도 있다
A씨는 사고 직전 생수병 겉면에 서리가 낀 것을 이상하게 여겨 사진을 찍어뒀다. 사고 후 기사와 통화하자, 기사는 “터질 일이 없어서 그렇게 했다”며 사과했다. 이 통화 내용과 병원 진단서 등은 모두 증거로 확보해 둔 상태다.
변호사들은 AS 기사가 업무 중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기사 개인은 물론 회사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대기업 AS 기사가 위험한 냉매 폐기물을 안전 규정에 맞지 않게 일반 생수병에 담아 방치하고 떠난 행위는 명백히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민법은 직원이 업무 중에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고용주인 기업도 함께 책임지도록 사용자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보험 처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책임을 인정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치료비 급한데”…보험사 가지급금, 받아도 될까
당장 치료비가 급한 A씨에게 보험사의 가지급금(최종 합의 전 미리 지급하는 돈) 제안은 솔깃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치료비 부담이 크다면 가지급금을 신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섣불리 합의서에 서명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가지급금이 치료비 선지급인지, 향후 합의금에서 공제되는지, 지급받는 순간 종결합의로 처리되는지 서면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 역시 “가지급금을 받는 것과 최종 합의는 별개의 문제”라며 “합의서에 향후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하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청력 저하 후유증 남았다면…합의는 언제, 어떻게?
변호사들은 이명이나 청력 저하 같은 후유증이 남았다면 합의를 서두르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치료가 길고, 상태가 고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성진 김진아 변호사는 “최종 합의는 이명과 청력 저하 등 후유증이 어느 정도 확정된 이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민지 변호사는 치료가 완전히 끝난 뒤 합의해도 늦지 않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치료 경과에 따라 1~2년 후에 합의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소멸시효(일반적으로 3년) 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처럼 소득이 없는 취업준비생이라도 보상이 가능하다. 한대섭 변호사는 “아직 소득이 없는 학생이더라도 일용근로자 임금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로 인해 구직 활동에 지장이 생겼다는 점을 입증하면 위자료 산정에도 반영될 수 있다.
회사가 책임 회피한다면…소비자원·민사소송으로 대응
만약 기업이나 보험사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낮은 합의금을 제시하며 시간을 끌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거나 금융감독원에 보험사 관련 민원을 제기해 압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법무법인 로어스 안태욱 변호사는 “기업이 정당한 보상을 거부하거나 책임을 회피한다면, 보험 처리와는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하면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효과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