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보낸 월급이 범죄자금? 억울함 풀려다 ‘환치기’ 덫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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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보낸 월급이 범죄자금? 억울함 풀려다 ‘환치기’ 덫에

2026. 06. 23 11:0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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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사설 환전소로 송금하다 계좌 동결… ‘신속 대응’ 속 ‘신중한 법리 검토’ 필수

사설 환전소로 월급을 받던 여성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되어 계좌가 정지됐지만, 이의신청 시 불법 '환치기' 혐의가 드러날 수 있어 법적 대응 딜레마에 빠졌다. / AI 생성 이미지

중국에서 3년간 성실히 일해 가족에게 보낸 남편의 월급이 하루아침에 보이스피싱 자금으로 낙인찍혔다. 당장 계좌가 묶여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은행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년간 ‘사설 환전소’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 불법 ‘환치기’ 혐의로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대응을 주문하면서도, 섣부른 소명은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며 신중한 법적 접근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골든타임 놓치면 끝”… 변호사들, 초고속 이의신청 한목소리


중국 소재 한국 회사 대표로 근무하는 남편을 둔 A씨는 3년 넘게 사설 환전소를 통해 월급을 받아왔다. 매달 500만 원에서 600만 원대에 이르던 돈은 가족의 소중한 생활비였다.


그러나 지난 6월 15일, 이 계좌는 ‘보이스피싱 피해금 연루’를 이유로 돌연 지급정지됐다.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A씨는 법률 상담 문을 두드렸다.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신속한 이의 신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계좌 명의인은 지급정지 통지를 받은 후 사실상 2개월 안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권리구제 절차가 훨씬 복잡해진다. 법무법인 해답의 김무룡 변호사는 “이의신청은 서류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빠른 접수가 유리합니다. 부인분이 위임장과 가능한 서류를 먼저 제출하시고, 이후 보완 서류를 추가로 제출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라고 조언하며, 일단 절차를 개시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위챗 대화도 증거”... 하지만 객관적 자료 뒷받침돼야


A씨의 억울함을 풀 핵심은 ‘정당한 월급’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A씨는 환전소 직원과 송금 내역을 주고받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관하고 있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대화 내용이 중요한 소명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메신저 캡처 화면만으로는 부족하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환전소 직원과의 위챗 대화 내역은 A4 용지에 출력하여 제출하시면 되며, 단순 캡쳐본보다는 대화 상대방의 인적사항이나 계좌번호가 연계되어 정당한 거래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출입국 기록, 재직증명서, 급여명세서 등)가 반드시 함께 뒷받침되어야 증거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환전 경위를 설명하는 대화 내용과 함께 남편의 재직 사실, 급여 수령 사실을 입증할 공식 서류가 결합해야 ‘보이스피싱과 무관한 정상적 거래’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는 의미다.


진짜 덫은 ‘환치기’… 누명 벗으려다 형사처벌 위기로


보이스피싱 연루 혐의를 벗는 것이 끝이 아니다. A씨 가족 앞에는 더 큰 암초, 바로 ‘외국환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금융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사설 환전소를 통해 해외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환치기’는 현행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박성현 변호사는 이 지점을 가장 심각하게 경고했다. 그는 “시중은행을 통하지 않고 사설 환전소를 이용해 수년간 반복적으로 송금받은 행위는 외국환거래법 위반(등록되지 않은 환치기)에 해당하여, 금액에 따라 과태료 처분이나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이 큽니다. 지급정지를 풀기 위한 소명 과정에서 오히려 불법 환치기 혐의가 드러나 수사기관으로 송치되거나, 보이스피싱 미필적 고의 여부로 조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초기 단계부터 형사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억울함을 풀려다 되레 형사 처벌이라는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 역시 “이의신청이 거부되면 통상 재신청은 안 됩니다”라고 못 박으며 첫 대응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했다.


결국 A씨 가족은 보이스피싱의 억울함을 푸는 동시에, 불법 환전 혐의에 대한 법적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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