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형의 범죄로 저까지 손가락질받아야 하나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네요"
"쌍둥이 형의 범죄로 저까지 손가락질받아야 하나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네요"
신상정보 공개된 쌍둥이 형⋯피해는 고스란히 동생에게
박지용 변호사 "그래도 신상정보 공개는 취소 안 될 것"

죄를 짓고 감옥에 있는 쌍둥이 형. 형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면서 세상의 불편한 시선은 동생인 A씨가 감당해야 했다. 얼굴이 똑같아 오해한 것이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성범죄를 저질러 신상정보가 공개된 쌍둥이 형. 그 형과 똑같이 생긴 동생인 저는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게 두렵습니다."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A씨. 그에겐 삶의 반쪽 같던 쌍둥이 형이 있다. 하지만 그런 형이 범죄를 저지르면서 A씨의 삶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발단은 법원이 성범죄를 저지른 형의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하면서다. 형의 얼굴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A씨의 얼굴을 보고 수군댔다. 형으로 오인한 것이다. 죄를 저지른 형은 아직 수감된 상태라, 세상의 불편한 시선은 동생인 A씨가 감당해야 했다.
결국 A씨는 법원에 형에 대한 신상 공개를 취소해달라고 청구할 생각이다. 형과 닮았다는 이유로 A씨가 '당하지 않아도 될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쌍둥이 동생의 요청을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 법률사무소 해밀의 박지용 변호사와 사안을 정리해봤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는 성폭력 범죄 예방을 위한 조치다. 그 대상자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성인 대상 성폭력 범죄자 등이다.
신상정보 공개를 하면 인터넷 사이트 '성범죄자 알림-e' 등에서 범죄자의 얼굴과 이름, 거주지, 성범죄 내용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성범죄자 알림-e'의 공개 기간은 3년 이하의 징역은 5년, 3년 초과 징역은 10년까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신상정보가 공개된 A씨의 쌍둥이 형. 공개 취소는 과연 가능한 일일까.
박지용 변호사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신상정보 공개가 면제되는 이유로는 ①신상 공개로 인해 또 다른 피해가 예상되거나 ②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경우 등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쌍둥이 형제를 성범죄자로 오인해, 쌍둥이 형제에게 피해가 갈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만으로는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 명령을 면제받을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즉 신상 공개로 인해 쌍둥이 형제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가해자의 성폭력 범죄 예방'에 우선할 수 없다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 2018년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받은 사건이었다. 당시 피고인 B씨는 자신의 쌍둥이 형제에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신상정보 비공개를 요청하며 항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행 내용과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해 볼 때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를 통한 성폭력 범죄 예방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며 B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번 공개된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일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법원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사람에 한해 공개를 철회해주고 있다. 법적으로는 '신상정보 등록의 면제'라고 한다.
달성 조건은 개별 사건마다 다른데, 최초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에 따라 달렸다.
① 선고유예를 받았다면? 2년 지나면 면제
먼저 성범죄를 선고유예를 받았을 경우다.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선고 유예를 받은 날부터 2년이 지나, 형이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면 신상정보 등록이 면제된다. 별도의 신청이 필요 없다.
② 선고유예 이상이라면? 최소 7년은 지나야 면제 '신청' 가능
선고유예를 초과하는 형을 받은 사람은 좀 더 오래 지나야 '면제 기회'가 생긴다. 신청을 해야 하고, 평가를 받아 면제 여부가 결정된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하는지는 저지른 죄에 경중에 달렸다. 성범죄로 인해 사형이나 무기징역 등을 선고받은 사람은 최초 등록일로부터 20년이 지나면 면제 신청이 가능하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7년이 지난 뒤에 가능하다.
③ 신청만 하면 끝? 법무부 판단도 받아야
신청이 이뤄지면, 법무부 장관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신상정보 등록을 면제한다.
그 요건으로는 △신상정보 등록 이후에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없을 것 △신상정보 등록을 하게 된 성범죄로 선고받은 징역형 또는 금고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벌금을 완납했을 것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