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체 부추긴다며 '보호자' 대신 '학부모' 쓰라는 어른들… 상처받는 건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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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해체 부추긴다며 '보호자' 대신 '학부모' 쓰라는 어른들… 상처받는 건 아이들이다

2026. 07. 16 09:4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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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교육청, 다양한 가족 배려해 '보호자' 권장

항의 민원에 일주일 만에 철회

경남교육청이 학교 안내문에서 ‘학부모’를 ‘보호자’로 바꾸도록 권장했다가 항의 민원 끝에 공문을 철회했다. /연합뉴스

가족 형태의 다양성을 존중하려던 작은 시도가 일부 어른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일주일 만에 좌초됐다.


지난 7일, 경상남도교육청은 관내 학교들에 가정통신문이나 안내문 등에 쓰이는 '학부모'라는 단어를 '보호자'로 바꾸기를 권장하는 공문을 보냈다.


부모 성명 적는 란을 '보호자'로 표기하고, 괄호 안에 '시설 선생님, 엄마, 할아버지' 등 실제 보호자를 적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공문은 발송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철회됐다.


"가족 해체 부추긴다"는 민원 폭주에 백기 든 교육청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에 따르면, 공문이 발송된 후 교육청에는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일부 교사와 기독교 성향의 교육 단체는 "보호자라는 표현이 가족 해체를 부추긴다"며 "정상 가족을 부정하는 발상"이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


이에 경남교육청은 신속하게 공문을 거둬들였다.


교육청 관계자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학부모란 용어 자체가 관련 법에도 다 명시되어 있고 통상적으로 사회에서 많이 쓰는데 왜 못 쓰게 하냐는 항의 전화가 굉장히 많았다"며 "빠른 수습을 위해 공문을 다시 내리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장 교사들의 우려 "아이들에게 상처로 남을까 걱정"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마주하는 교사들의 입장은 달랐다. 안내장에 부모 이름을 적지 못해 빈칸으로 두거나 작성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지성 초등학교 교사는 방송에서 "아빠, 엄마와 떨어져 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있다"며 "부모님들이 직접 서명이나 확인을 해 줄 수 없는 상황들이 많아 학교 안내장 확인에서부터 아이한테 상처로 남진 않을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익명 교사는 학생들에게 '보호자' 용어 사용이 무산된 이유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보호자라는 표현을 쓰면 가족 해체를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더니, 학생들은 '그건 어른들이 너무 과장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민주 시민 교육의 본질은 어디로… 신뢰 잃은 교육청


해당 공문을 작성하고 철회한 부서는 다름 아닌 교육청의 '민주시민교육과'였다. 일선 교사들은 교육청의 가벼운 행정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익명 교사는 "항의 전화 들어왔다고 바로 철회하는 모습이 황당했다"며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수 있는 거였으면, 처음 공고했을 때부터 보호자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는 취지에 (교육청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동의가 안 됐었던 것이란 얘기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모든 사안에는 찬반이 공존한다. 하지만 행정적 편의나 민원 회피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소외되는 학생들을 포용하는 것이다.


학생을 소외시킬 수 있는 사안임에도, 어른들의 과장된 우려 속에 정작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의 입장은 지워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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