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16)] 사람에 대한 권리, 물건에 대한 권리
[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16)] 사람에 대한 권리, 물건에 대한 권리
무엇을 이행하라고 사람에게 청구할 권리 = 채권
특정한 물건 등의 가치를 지배하는 권리 = 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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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이행하라고 청구할 권리를 채권, 사용가치나 교환가치 등을 지배하는 권리를 물권이라고 한다. /셔터스톡
어렸을 때 동네에서 "채권 사~려~!" 하고 외치고 다니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정부에서 발행한 채권(債券)을 사 모으는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집에서 요란한 무늬로 장식한 채권을 본 기억도 있다. 법과대학에서 민법 시간에 배우는 채권도 처음에는 그 채권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권리의 일종인 채권(債權)이었다. 그때 물권이라는 생소한 용어도 처음 들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팔고 사는 매매계약을 체결한다고 가정해보자.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라고 청구할 권리를 가지게 되고,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그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 그에 상응하여 매도인은 아파트의 소유권을 매수인에게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고, 매수인은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이행하라고 청구할 권리를 채권이라 하고, 그에 상응하여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청구에 응할 의무를 채무라고 한다. 청구하고 이행하는 '무엇'에는 다양한 것이 포함된다. 금전의 지급과 물건의 인도, 업무의 처리, 일의 완성, 노무의 제공 등처럼 적극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층간소음 내지 않기와 같이 어떤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를 '부작위'라고 한다)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채권-채무의 관계는 위의 예처럼 계약으로 생기기도 하고(약정채권), 법률의 규정으로 생기기도 한다(법정채권). 법정채권의 예를 들면, 남에게 고의나 과실로 손해를 끼쳤으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채권을 가지게 된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채무를 부담한다.
이 경우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계약으로 비로소 채권-채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이 있으면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바로 채권-채무가 생긴다.
채권 관계는 꼭 법률에 규정된 내용의 채권ㆍ채무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이 전형적인 계약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만, 법률행위 자유의 원칙에 의하여 당사자들이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채권-채무의 단계에서는 당사자들이 상대방에게 무엇을 하라고 청구할 권리를 가지고, 상대방은 무엇을 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어서 뒤에 '이행'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계약을 맺었다고 매매대금이 매도인에게 저절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매수인이 바로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 채무자가 이행을 해야 비로소 권리행사와 의무이행이 완성된다.
아파트 매매계약을 제대로 이행하면 매도인은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고, 매수인은 아파트의 새로운 소유자가 된다. 이때 매수인이 취득하는 소유권은 물건을 지배하는 권리이다. 이러한 권리를 물권(物權)이라고 한다. 물권에는 소유권을 비롯하여 점유권⋅지상권⋅지역권⋅전세권⋅유치권⋅질권⋅저당권 등이 있다. 이들 중 지상권과 지역권⋅전세권은 권리자가 그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즉 사용가치를 지배하는 권리다. 유치권과 질권⋅저당권은 권리자가 그 물건의 가치를 담보로 잡아 두는 권리, 즉 교환가치를 지배하는 권리이다.
이러한 물권은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물건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그 내용을 정하면 혼란이 올 수 있다. 그 때문에 물권은 법률에서 규정한 것만 인정되고, 당사자들이 법 규정과 다른 내용의 물권을 창설할 수는 없다(물권 법정의 원칙).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인 채권과 뚜렷이 구별된다.
권리관계의 이전이 금전을 꿔주고 받는 경우처럼 채권 관계에서 머무는 경우도 있지만, 물건이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위에서 설명한 매매로 인한 소유권의 취득처럼 먼저 채권 관계를 맺고, 그다음에 물권 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민법에서는 물권을 먼저 규정하지만 로스쿨에서는 계약을 비롯한 채권을 먼저 공부하도록 교과과정을 짜는 것이 보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