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에게 한 뒷담화, '너만 알라'는 약속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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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에게 한 뒷담화, '너만 알라'는 약속의 배신

2025. 11. 27 10:2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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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없어도 처벌?…'전파가능성'부터 직장 내 괴롭힘까지, 변호사들이 말하는 뒷담화의 법적 책임

법원은 단 한 명에게 한 뒷담화라도 들은 사람이 말을 옮길 '전파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으로 판단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단 한 명에게 한 뒷담화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전파가능성'이 있다면, '너만 알라'는 약속은 법적 방패가 되지 못한다.


어느 날, 나에 대한 끔찍한 소문이 사무실에 떠돈다. 믿었던 동료에 대한 배신감, 나를 향한 수군거림과 차가운 시선에 영혼이 산산조각 나는 고통. 이 억울함을 법적으로 풀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 한 사람에게 한 뒷담화도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너만 알고 있어'의 함정, '전파가능성'이라는 법의 그물


법의 칼날을 가르는 기준은 '전파될 가능성'이다. 우리 법원은 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인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알 수 있는 상태)을 판단할 때, 직접 여러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더라도 들은 사람이 다른 곳에 말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전파가능성이론'을 채택하고 있다.


가령 직장인 A씨가 동료 B씨에게만 "C씨가 프로젝트 성과를 가로챘다"는 허위 사실을 말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B씨가 사내 다른 팀원들과도 친분이 두터워 이 말을 옮길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A씨의 행위에 '공연성'이 있었다고 보고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인정할 수 있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전파가능성이론을 인정하기 때문에, 뒷담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허위사실이라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너만 알고 있어'라는 말은 더 이상 법적 방패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녹취 파일이 없다고요? 당신의 '목소리'가 증거입니다


가해자와의 대화를 녹음하지 못했다고 해서 포기하기는 이르다. 법정은 기계적인 증거만 살피는 곳이 아니다. 피해자가 겪은 고통과 그 사실을 전해 들은 제3자의 일관된 증언은, 차가운 녹취 파일보다 더 뜨거운 진실의 무게를 가질 수 있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카톡, 녹취 등 명백한 증거가 없더라도 피해자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법정에서 증언한다면, 그 내용이 입증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신의 목소리와 눈물이 바로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일상적 대화 수준의 뒷담화는 처벌이 어려울 수 있어 내용과 수위가 중요하다.


뒷담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회사의 조치 의무


만약 뒷담화가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졌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는 단순한 험담을 넘어 한 사람의 사회적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다. 대법원 판례 역시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의 한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과 별개로, 회사에 공식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회사는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가해자에게 징계나 근무지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법적 의무를 진다.


섣부른 역공의 함정…'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끓어오르는 분노에 가해자의 배우자에게 연락해 '입조심 좀 시켜달라'고 말하는 것은 어떨까. 억울한 마음에 취한 행동이 오히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위치를 뒤바꿀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조기현 변호사는 "정중한 문제 제기 자체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감정이 격해져 협박성 발언을 하거나 상대 배우자에게 또 다른 명예훼손이 될 말을 하는 순간 상황은 역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섣부른 감정적 대응이 협박죄 등으로 역고소당하는 빌미를 줄 수 있으므로, 내용증명 발송 등 공식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현명하다.


뒷담화 피해, 이렇게 대응하세요: 3단계 행동 요약

1단계: 증거를 확보하라. 뒷담화를 직접 들은 동료의 증언, 관련 내용이 담긴 메시지나 이메일, 피해 사실을 시간 순으로 상세히 정리한 일지 등이 모두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2단계: 공식 절차를 밟아라.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거나, 변호사를 통해 가해자에게 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이 감정적 대응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3단계: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라. 형사 고소(명예훼손)나 민사 소송(손해배상)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해 증거의 유효성, 승소 가능성 등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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