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 욕설, 6개월 놓치면 ‘모욕죄’ 고소도 못 하나?
DM 욕설, 6개월 놓치면 ‘모욕죄’ 고소도 못 하나?
1:1 대화 ‘공연성’ 없어 처벌 난항…‘고소기간’과 ‘반복성’이 관건

1:1 욕설 DM은 공연성이 없어 모욕죄 처벌이 어렵다. 하지만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고소해야 하며, 반복적인 메시지와 전화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전 남자친구의 여자친구로부터 ‘ㅂㅅ년’ 등 입에 담기 힘든 욕설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받고 시간이 흘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1:1 대화는 ‘공연성’이 없어 모욕죄 처벌이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이라는 고소기간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형사처벌이 어렵더라도 반복적인 메시지와 전화는 다른 법으로 처벌할 수 있으며,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 보상 길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둘만 본 DM 욕설”…모욕죄 처벌에 ‘빨간불’ 켜진 이유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욕설 메시지에 잠 못 이루는 A씨. 발신자는 전 남자친구의 새 연인이었다. A씨는 모욕죄 고소를 고민했지만, 변호사들은 1:1 비공개 대화라는 점에서 처벌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불특정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즉 ‘공연성’이 핵심 요건이다. 법무법인 글로리 김민희 변호사는 “상대방과 질문자님 단둘이서만 대화하는 1:1 대화는 제3자가 볼 수 없기 때문에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정중동 김상윤 변호사 역시 “모욕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즉 '공연성'이 인정되어야 성립합니다. 그런데 질문의 경우 상대방이 SNS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귀하에게만 욕설을 보낸 것으로 보이므로, 원칙적으로는 1:1 대화에 해당하여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해당 사안은 1대1 대화기 때문에 공연성이 없으므로 모욕죄로 고소할 수 없습니다. 고소하더라도 처벌은커녕 입건도 하지 못할 사안입니다”라며 현실적인 한계를 냉정하게 짚었다.
제3자에게 내용이 퍼져 나갈 ‘전파 가능성’이 없는 개인 간의 욕설은 그 자체만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간이 지났는데…” 6개월의 벽, 놓치면 기회는 없다
상담을 요청한 A씨의 또 다른 고민은 ‘시간’이었다. 메시지를 뒤늦게 확인한 탓에 고소 시점을 놓친 건 아닌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전문가들은 매우 중요한 법적 기한을 경고했다.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와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親告罪)’다. 그리고 친고죄는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에 따라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만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상대방을 처벌해 달라고 요구할 권리, 즉 고소권이 사라진다.
이 사안의 경우, A씨가 욕설 메시지를 받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인지한 시점부터 6개월의 시계가 똑딱이기 시작하는 셈이다.
결국 1:1 DM이라는 ‘공연성’의 벽을 넘을 예외적인 사정(전파 가능성)을 입증하더라도, ‘6개월’이라는 고소기간을 놓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법적 대응을 고민한다면 무엇보다 시간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모욕죄 안 되면 끝?…‘반복된 괴롭힘’이 처벌의 열쇠
그렇다고 모든 법적 대응이 막힌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모욕죄가 아닌 다른 법 조항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핵심 키워드는 ‘반복성’과 ‘불안감’이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강민기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글이나 영상을 반복적으로 전송하는 행위를 별도로 처벌하고 있으며, 이는 공연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욕설이 섞인 메시지와 함께 부재중 전화가 여러 차례 찍혀있었다는 사실은 반복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정황이 됩니다”라고 덧붙이며, 단발성 욕설이 아닌 ‘지속적 괴롭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약속의 조범수 변호사도 “모욕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있어야 하므로, 단순한 1:1 메시지나 전파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의 욕설은 원칙적으로 모욕죄로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욕설 메시지를 지속·반복적으로 전송했거나 여러 차례 부재중 전화를 남겨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했다면, 이는 정보통신망법 위반(공포심·불안감 유발 문언 등 전송)이나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단 한 번의 욕설은 힘들지만, 여러 차례의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가 결합하면 새로운 법적 판단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형사와 민사는 별개…증거만 있다면 ‘정신적 피해’ 보상 가능
만약 형사처벌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방법은 있다. 형사 고소와는 별개로 ‘민사 소송’을 통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형사 고소가 어렵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위자료 소송)를 통해 상대방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1:1 메시지라 할지라도 실명이 기재된 계정에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어 정신적 고통을 가한 점은 명백한 위법행위이기 때문입니다”라며 민사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어떤 법적 조치를 선택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다. 법률사무소 해평 김영진 변호사는 “실무적으로는 메시지 원본, 발신 계정, 부재중 전화 기록, 수신 날짜, 상대방 프로필, 상대방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캡처해 보관해야 합니다. 답장은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고, 추가 연락이 오면 모두 저장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구체적인 증거 확보 방법을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