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돈 벌어와" 쏘아붙이던 남편, 쌀국수로 대박 나자 "한국말 서툴러" 양육권 소송
"네가 돈 벌어와" 쏘아붙이던 남편, 쌀국수로 대박 나자 "한국말 서툴러" 양육권 소송
변호사 "아이 복리가 핵심, 언어 능력은 결정적 기준 아냐"
대법원 "한국어 능력만으로 양육 부적격 판단은 차별" 판례도

남편의 “돈 벌어와” 한마디에 집을 나온 베트남 출신 아내. 쌀국수 가게를 대박 냈지만, 남편이 “한국어 서툴다”며 양육권 소송을 제기했다. /셔터스톡
"네가 돈을 벌어와. 혹시 알아? 나보다 잘 벌게 될지."
남편이 쏘아붙인 이 말은 현실이 됐다. 생활비 문제로 다투다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온 베트남 출신 아내. 그는 쌀국수 가게 서빙부터 시작해, 어머니의 비법을 전수받아 직접 가게를 차렸고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성공의 기쁨도 잠시, 남편이 이혼 소송을 걸어왔다. 이유는 황당했다. 아내가 "한국어가 서툴러서"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으니 양육권을 자신에게 달라는 것이다. 1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소개된 사연이다.
낯선 땅에서 홀로 '대박', 돌아온 건 양육권 소송
사연자에 따르면, 결혼정보회사로 만난 남편은 "서울 사는 재산 많은 회사원"이라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충청남도 근처에 살았고 재산도 많지 않았다. 신혼 초엔 다정했지만, 곧 경제 문제와 문화 차이로 다툼이 잦았다.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하자 남편은 "그럼 네가 벌어와라"고 쏘아붙였다. 결국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온 사연자는 쌀국수 가게 서빙을 시작했다.
그는 "어릴 때 먹던 엄마의 쌀국수 맛에 한참 못 미쳤다"며, 비법을 전수받아 직접 가게를 차렸다. 가게는 성공했고 아이도 곁에서 밝게 자랐다. 하지만 남편이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양육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어 서툴면" 양육권 뺏기나
남편의 주장처럼 "서툰 한국어 실력"이 양육권을 빼앗길 결정적 사유가 될까.
방송에 출연한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김나희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 변호사는 "법원이 양육자를 정하는 핵심 기준은 오직 아이의 복리"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아이의 나이, 성별, 부모의 애정과 경제력, 양육 의사, 아이와의 친밀도, 아이의 의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김 변호사는 "한국어 능력만으로 양육 적격성을 판단하는 건 차별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에는 공교육, 다문화가정 지원 등 외국인 부모를 위한 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아이 역시 학교생활로 한국어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부모의 모국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는 아이의 정체성 형성과 자존감에 중요한 요소"라며 "법원은 언어보다 실질적인 양육 능력과 아이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법원 판례도 사연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김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은 이 사연과 매우 비슷한 사례에서, 아이 양육자를 한국 국적 아빠로 지정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고 밝혔다(대법원 2021므12320).
당시 대법원은 "부모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정만으로 양육에 부적합하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 사건은 파기 후 환송심에서 베트남 국적의 엄마가 최종 양육자로 지정됐다.
'서류상 양육권'의 함정
사연자는 또 다른 현실적 고민을 안고 있었다. 만약 법원이 남편을 양육자로 지정하더라도 아이가 아빠에게 가길 거부할 경우다. 이 경우 "남편은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 저 혼자 모든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나희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아빠를 양육자로 지정해도, 아이가 이미 엄마 곁에서 자랐다면 강제 집행이 어렵고 실제 인도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때 아빠는 (서류상 양육자이므로) 양육비를 내지 않고, 엄마만 경제적 부담을 모두 지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양육자 지정이 실제로 이행될 가능성을 반드시 살피라"고 판시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아이를 데려오지도 않으면서 경제적 이익(양육비 면제)만 얻는 결과는 아이의 복리에 반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진행자인 조인섭 변호사는 "법원은 언어보다 아이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줄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판단한다"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