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흥분제를 몰래 먹인 남성…마약류 아니고 성관계 없었다면 형사처벌 못 하나?
여성 흥분제를 몰래 먹인 남성…마약류 아니고 성관계 없었다면 형사처벌 못 하나?
최음제를 동의 없이 먹인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준강간과 강제추행, 상해에 대한 미수 또는 기수로 처벌 가능
근래에 마약류 규제를 교묘히 피할 수 있게 제조한 ‘디자인 드러그’ 등이 최음제로 유통돼

상대방의 동의 없이 최음제를 먹이는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라고 변호사들은 지적한다. /셔터스톡
A씨에게 남자친구가 D8이라는 여성 흥분제(최음제)를 몰래 먹였다가 발각됐다. 상대방은 전화 통화로 이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 약이 마약류가 아니고, 성관계도 하지 않았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입장이다. 이에 A씨가 경찰서에 문의해 보니, 담당 형사조차도 “불법 약이 아니었다면 고소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A씨는 여성에게 최음제를 몰래 먹인 사람에게 아무런 죄도 물을 수 없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변호사들에게 “정말 그렇냐?” 다시 물어보았다.
상대방이 A씨 몰래 최음제를 먹인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라고 변호사들은 입을 모은다. 설령 그것이 마약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약이라 해도, 상대방이 몰래 약을 먹인 의도를 가지고 준강간이나 강제추행의 미수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최음제와 일명 ‘물 뽕’ 등을 동의 없이 여성에게 몰래 먹인 행위는 엄연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사안은 준강간과 강제추행, 상해에 대한 미수 또는 기수로 보인다”고 짚었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변호사도 “여성에게 최음제를 몰래 먹게 한 행위는 상해에 해당할 수 있고, 대응 방법에 따라 준강간 및 강제추행 등의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상대방이 A씨를 속여서 최음제를 먹게 했다면 강간 실행의 착수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고, 최음제를 먹인 뒤 상대방이 물리적으로 억압한 정황 등이 있다면 성관계가 없었다고 하더라고 미수범으로 처벌된다”고 진단했다.
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준강간 미수 등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성적 욕망을 유발하는 물질인 최음제로는 근래에 ‘디자이너 드러그(Designer drug)’와 같은 각성제 마약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물질은 기존 마약류의 화학성분을 재조합해 마약류 규제를 교묘하게 피할 수 있도록 제조됨으로써 마약이나 유해화학물질로 등록되지 않아, 일명 ‘합법 마약’으로 인터넷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해자가 A씨에게 먹인 D8이라는 여성 흥분제도 이에 속한 물질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A씨와 같은 사안은 고소장을 어떻게 쓰느냐가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법률사무소 태린 이지혜 변호사는 “이런 사안은 고소장을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따라서 수사 방향이 상당히 달라진다”며 “상대방이 약을 먹인 의에 대한 면밀한 서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휘일 변호사는 “가해자가 성범죄 시도에 대한 혐의를 부인할 수 있으므로 고소장 작성 때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