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봤다" 증언 한마디의 파장…유죄가 무죄로, 위자료는 700만원 → 3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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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봤다" 증언 한마디의 파장…유죄가 무죄로, 위자료는 700만원 → 300만원

2025. 09. 21 11:47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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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폭행이 부른 두 개의 재판

형사 법정의 '무죄'가 민사 법정의 배상금을 뒤흔들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1심에서 A씨는 '유죄'였다. 두 차례의 폭행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이어진 민사재판에서도 피해자에게 위자료 700만 원을 포함한 약 1,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모든 것이 피해자의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형사 항소심 법정에서 나온 '발로 차는 것은 못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 한마디가 모든 흐름을 바꿨다. 형사재판의 일부 무죄 판결이 확정되자, 진행 중이던 민사 항소심 재판부도 판결을 뒤집었다. A씨가 물어야 할 위자료는 400만 원이 깎인 300만 원으로 줄었다. 형사 법정의 '진실'이 어떻게 민사 법정의 '돈'의 액수를 결정했는지, 드라마처럼 얽힌 두 재판의 연결고리를 파헤쳐 본다.


"끌어내렸지만, 차진 않았다"... 한여름 밤, 두 번의 충돌

사건의 시작은 2017년 8월의 한여름 밤이었다. 피고인 A씨는 경남 남해의 한 도로에서 지인 B씨가 귀가를 위해 택시를 타자, 술에 취해 아무 이유 없이 B씨의 팔을 잡고 택시에서 강제로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B씨가 저항하자 발로 허벅지를 1회 걷어찼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었다.


두 달 뒤인 10월, 두 사람의 갈등은 다시 폭발했다. 주점 앞 도로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A씨가 B씨의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넘어진 B씨의 머리와 몸통을 발로 밟았다. 이로 인해 B씨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고, 쓰고 있던 100만 원 상당의 안경까지 부서졌다.


결국 A씨는 폭행, 상해,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창원지법 진주지원)은 두 사건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B씨는 A씨를 상대로 치료비와 안경값, 위자료 등 3,298만 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오락가락' 피해자 진술 vs '일관된' 목격자 증언, 항소심의 선택은

징역형을 선고받은 A씨는 사실을 오인했다며 즉각 항소했다. 그는 첫 번째 사건에서 B씨를 택시에서 끌어낸 것은 맞지만 발로 찬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사건에 대해서도 B씨가 먼저 멱살을 잡아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항변했다.


항소심 법원(창원지법)의 판단은 1심과 달랐다. 특히 첫 번째 폭행 혐의에 대해 극적인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수사 단계부터 일관되게 '발로 찬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했다. 결정적으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 역시 "A씨가 B씨를 끌어내는 것은 봤지만, 발로 차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반면 피해자 B씨의 진술은 오락가락했다. 고소장에는 왼팔을 비틀었다고 썼다가 법정에서는 오른팔이라고 말하는 등 진술이 부정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확신할 만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첫 번째 폭행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두 번째 상해 및 재물손괴 혐의는 유죄가 유지됐다. 재판부는 B씨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상해 부위가 머리, 목, 허리 등 전신에 걸쳐 있는 점을 들어 "단순히 뿌리쳤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A씨에게 내려진 형벌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에서 벌금 300만 원으로 대폭 감경됐다.


형사 무죄가 민사 배상금 400만원 깎았다

형사재판의 반전은 민사소송의 결과를 뒤흔들었다. 1심 민사 법원(부산지법 동부지원)은 형사 1심 판결을 근거로 A씨의 불법행위 책임을 폭넓게 인정했다. 치료비 198만 원, 안경 교체비용 100만 원에 더해 두 차례 범행에 대한 위자료로 700만 원을 책정, 총 998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A씨가 항소하면서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갔고, 이때는 이미 형사 항소심의 '일부 무죄' 판결이 나온 뒤였다.


민사 항소심 재판부(부산지법)는 확정된 형사 판결을 핵심 근거로 삼았다.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첫 번째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A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심이 책정한 위자료 700만 원 중 첫 번째 사건 관련 위자료 100만 원을 제외했다. 나아가 두 번째 사건 관련 위자료도 6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대폭 깎았다.


결국 A씨가 B씨에게 지급해야 할 총 배상액은 1심의 998만 원에서 598만 원으로 400만 원이나 줄어들었다. 형사재판에서 얻어낸 '일부 무죄'가 민사 책임까지 덜어준 셈이다. 이 판결은 형사사건의 결과가 민사소송의 손해배상 범위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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