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자에서 감금 가해자로…47억 사기 피해자들의 '잘못된 복수극'
사기 피해자에서 감금 가해자로…47억 사기 피해자들의 '잘못된 복수극'
부산 기장군 아파트서 40억 채권 추심 과정 불법 행위, 피고인들 중형 처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47억 사기 피해자들이 '사적보복'에 나섰다가 되레 범죄자로 전락했다. 법원은 이들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면서도, 법치주의를 흔드는 '사적 구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2023년 6월, 사업가 K씨(49)는 채권자 10명으로부터 총 47억이 넘는 돈을 빌린 뒤 돌연 자취를 감췄다. 평생 모은 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채권자 A씨 등 10명은 직접 K씨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이들은 수소문 끝에 K씨가 부산 기장군의 한 오피스텔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분노에 찬 채권자들은 2023년 6월 29일, K씨의 은신처를 급습했다. A씨 등 3명은 K씨를 주차장으로 끌고 내려왔고, 기다리고 있던 H씨는 K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을 가했다. 이들은 K씨를 에워싸고 "돈을 어디에 숨겼느냐, 내 돈 내놔라"라고 소리치며 위협했다.
이들의 '사적 보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채권자들은 K씨를 다시 오피스텔로 끌고 올라가 "네 마누라, 아이들 다 죽인다"고 협박하며 휴대전화와 지갑을 빼앗았다. 이후 K씨를 차에 태워 경남 양산의 한 쉼터로 끌고 가 약 5시간 동안 감금했다.
이들은 무릎 꿇고 사과하는 K씨에게 "돈 내놓지 않으면 살아서 못 나간다", "네 새끼들 거꾸로 매달아 주는 것 봐야 돈 내놓을 거냐"는 등 협박을 이어갔다.
울산지방법원 최희동 판사는 특수감금,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폭행과 감금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5명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5명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를 통한 적법한 구제수단이 아닌 이른바 '사력구제'를 시도한 것이어서 그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로부터 거액의 돈을 편취당한 피해자들로서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에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대부분 초범인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참고] 울산지방법원 2024고단455 판결문 (2024. 7. 8.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