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1호 법안' 구하라법은 지금 어디에 있나
21대 국회 '1호 법안' 구하라법은 지금 어디에 있나
어제 고(故) 구하라 세상 떠난 지 1년⋯아직 통과되지 못한 구하라법
20대 국회에서는 열띤 '토론' 오갔지만, 21대 국회에서는 논의 거의 없어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검찰총장 직무배제⋯여야 공방으로 뒷전 예상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구하라법. 하지만 고(故) 구하라씨의 1주기인 지난 24일에도 '구하라법'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고(故) 구하라씨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구하라법'은 아직 풀지 못한 숙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회의만 연거푸 4번 열린 적도 있고, 한때 치열한 토론도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법제사법위원회가 남긴 검토보고서는 30쪽이 넘어간다. 금방이라도 통과될 것 같은 기세였다.
그런데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네 달이 넘었지만 '통과'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고(故) 구하라의 1주기를 맞아 이 법안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총정리했다. 구체적인 파악을 위해 20대와 21대 국회 회의록을 직접 뒤졌다.
이 법안(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구하라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그의 친오빠가 직접 입법화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자식을 버리고 가출한 (구하라의) 친모는 상속 자격이 없다"고 하면서다. 실제로 자녀를 모른 체한 부모라면, 자녀 사망 시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관련해 총 5가지 관련 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달랐지만, 대부분 상속 결격 사유(민법 제1004조)를 신설하는 식이었다.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사람(서영교 의원안), 자녀에 대한 폭행 또는 상해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사람(민홍철 의원안), 양육비이행법상 양육비 채무자(이석현 의원안) 등이었다.
하지만 모두 국회 본회의에도 가보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지난 4월과 5월 두 번의 회의에서 법원과 법무부, 국회가 모두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다.

구하라법 통과를 우려한 측도 법안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했다. 다만 ①법적 안정성을 헤치고, ②상속 관련 분쟁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으며, ③부양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했다는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에서 보수적인 의견을 냈다.
당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구하라 씨 사건처럼 국민이 공분하는 사건에 대해 이를 보완할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도 충분히 공감을 한다"고 하면서도 "(민법은) 중요한 기본법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 역시 "민법의 상속법을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의견들을 들어야 한다"며 "법무부가 좀 더 적극적인 마인드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물론 여기에 반박하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백혜련 의원은 "법적 안정성을 헤칠 수는 있지만 구하라씨 사례 등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현재 없고(①), 구하라법이 없어도 상속 관련 소송은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②), 기준을 정확하게 규정하면 국민들이 분노하는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 게 태반이다(③)"고 했다.
상황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지만, 그래도 이때까지는 유의미한 토론이 벌어진 것이다.
21대 국회가 시작한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그랬다. 가능성이 보였다. 서영교 의원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구하라법을 재발의 했고, 이때쯤 구하라의 친오빠가 올린 입법 청원도 1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회 법사위도 30쪽 분량의 검토 보고서를 제출하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비슷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해외 국가 사례를 비교하고, 민법이 제정된 지난 1958년 이후 가족 관계가 달라졌으며, 구하라법이 사회적 공감대도 얻고 있다고 분석한 보고서였다.
하지만 현재 21대 국회에서 시간이 멈췄다. 회의가 열리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지난 7월과 8월에 역시 두 번의 회의가 있었다. 회의 시간도 길었다. 총 14시간 11분이나 법사위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구하라법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대부분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제기'와 '반박'에 쓰였다. 여야 의원 모두 서로 고성을 질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소설 쓰시네"라고 했다가, 법사위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 날(2020.7.27)도 이때였다.
결국 구하라법은 아직까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지난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하면서, 통과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앞으로 열릴 법사위 회의에서 여야가 이 문제로 정쟁을 벌일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