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피해 집 대신 다른 집으로 옮겨라" 집주인 제안, '의무' 다했다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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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수 피해 집 대신 다른 집으로 옮겨라" 집주인 제안, '의무' 다했다고 볼 수 있을까

2021. 07. 07 15:18 작성2021. 07. 21 11:04 수정
김재희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za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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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 젖어 드는 집⋯심각한 누수에 조명이 터지는 일도

집주인은 "다른 집 써라"는 말뿐⋯수선 의무 저버린 계약, 해지할 수 있나

변호사들 "집주인이 수선 의무 지키지 않았다면 계약 해지할 수 있다"

장마철마다 누수로 골머리를 앓는 A씨. 집주인은 고쳐주진 않고 "비어있는 집을 쓰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러나 A씨는 얼마 전 한 사건을 겪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변호사를 찾아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게티이미지⋅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A씨는 걱정이 커져간다. A씨가 사는 집은 매년 누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집주인에게 아무리 말해도 제대로된 조치를 취해주진 않는다. 그저 그때만 잠깐 메꿔주는 식이다.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은 A씨에게 스트레스 된 지 오래. 견디다 못한 A씨가 "이번에도 물이 샌다"며 "제대로 된 조치를 좀 취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랬더니 집주인은 "같은 층에 비어있는 집을 쓰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몇 년간 지내며 늘려온 세간살이를 다른 방으로 옮기느니,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 A씨. 그 방도 물이 안 샌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에 A씨는 집주인의 제안을 거절하고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집주인은 "그건 안된다"며 "방을 옮기던가 그냥 살던가 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A씨는 꼭 이사를 가겠다고 결심했다. 이번에 겪은 일 때문이다.


A씨가 퇴근 후 집에 들어와 불을 켰다가 전구가 폭발했다. 누수로 인한 것이었다. 하마터면 더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 A씨는 더는 안될 것 같아 변호사를 찾았다.


민법에 명시된 임대인의 '수선 의무', 지키지 않는다면 계약해지 사유 된다

우리 민법은 임대인(집주인)에게 수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623조에 따르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해놨다.


판례도 이러한 기조를 보인다. 지난 2012년 대법원은 "임대하기로 한 집에 생긴 파손 또는 장해가 사소한 것이 아니라 계약 목적에 따라 임차인이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면 임대인은 수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2010다89876, 89883).


따라서 A씨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변호사들은 "계약 해지를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민법 제627조에 따르면, 임차물의 일부가 임차인의 과실 없이 멸실 기타 사유로 인하여 사용할 수 없는 때에는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는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누수가 심하다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수 때문에 그 집에서 살 수 없는 정도가 됐다면 임대차 계약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건우의 임영근 변호사도 "누수로 인한 곰팡이와 습기가 심각해 정상적인 주거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고, 임대인이 수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이를 이유로 해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집주인이 말한 "다른 방에서 지내라"는 말, 혹시 변수가 될까?

한편, 집주인은 A씨에게 "다른 집에서 지내라"고 제안했다. 비록 A씨가 그 제안을 거절하긴 했으나, 집주인 입장에서 대신 살 집을 권유했으니 이것으로 임대인이 지켜야 할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세입자가 거절했다면, 이 같은 주장은 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집주인은 원칙적으로 임대차계약에 따라 집을 수선해 줄 의무가 있다.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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