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속 버는 돈은 없는데 월세는 내야 하는 상황⋯계약 해지할 방법은 없나요?
코로나 사태 속 버는 돈은 없는데 월세는 내야 하는 상황⋯계약 해지할 방법은 없나요?
임대인과 합의에 따른 임대차계약 해지 사실상 불가능
민법 제628조에 경제 상황 변동에 따른 차임증감청구권 활용해볼 만
임대료라도 줄이는 게 실질적 대안될 수 있어

코로나로 체육시설이 아예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닥치자 앞이 깜깜해진 A씨. 아직 2년이나 더 남은 계약 기간과 매달 내야 하는 임대료 150만원이 자신을 옥죄는 것 같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야심 차게 자신만의 요가 스튜디오를 차린 A씨. 소규모 인원만 받아 전문적으로 수강생들을 가르쳤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까지, A씨는 꽤 장밋빛 미래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극단적인 생각마저 든다. 자영업자라면 모두 다 겪는 상황이겠지만, 체육시설이 아예 문을 닫게 되는 상황이 닥치자 앞이 깜깜하다. 아직 2년이나 더 남은 계약 기간과 매달 내야하는 임대료 150만원이 자신을 옥죄는 것 같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며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이나 긴급대출로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아둔 돈을 월세만 내다 이제는 하루라도 빨리 스튜디오를 정리하고 싶다. 남은 보증금이라도 건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런데 "계약해지는 임대인(건물주)만 할 수 있다"는 계약서 특약사항을 근거로 임대인은 계약 해지를 거절하고 있다. 답답한 이 상황, 해결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우선 A씨와 건물주 사이에서 맺은 특약은 무효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는 "계약 해지는 임대인만 할 수 있다는 부분은 무효인 약정이다"라고 했다.
근거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에 있다. 이 법은 민법의 특별법으로 다양한 조항에서 A씨와 같은 임차인(세입자)을 보호하고 있는데, 특히 제15조에서 임차인에게 불리하면 "효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송 변호사는 "(이를 근거로) A씨 역시 임대인의 채무불이행 사유가 있다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코로나가 임대인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어 일방적으로 해지를 요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변호사들 역시 A씨의 일방적인 요구로 인한 계약 해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법무법인 윈스의 박희정 변호사는 "(스튜디오를) 정리하려면 임대인과 합의해서 계약을 끝내거나, 무권리로라도 다른 세입자 구해서 끝내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법무법인 정평의 김형석 변호사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거나 잔여 임대차 기간 중 몇 개월분의 차임을 지급하는 조건 등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설득해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에서 변호사들의 조언처럼 새로운 임차인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 변호사는 차선책으로 민법에 정해 놓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차임감액청구' 제도를 활용해 볼 것을 권했다. 가게를 정리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임차료 감액을 시도하는 게 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법률사무소 확신의 황성현 변호사는 "임대인 측에서 보면 보증금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A씨가 월세를 내지 않더라도 보증금에서 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매출이 급감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회계자료를 증거로 제출하며 민법에 정한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차임감액청구' 제도를 활용해 보라"고 권했다.
민법 제628조(차임증감청구권)는 '임대물에 대한 공과부담의 증감 기타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는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가임대차법 11조에도 동일한 규정이 있다.
만약 건물주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소송을 내면, 법원이 임대료 재조정 여부를 판단한다. 이때 법원은 임대료 재조정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4가지 요건을 정리해뒀다. △계약 당시 기초가 됐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됐을 것 △사정변경을 당사자들이 예견하지 않았고 예견할 수 없었을 것 △사정변경이 당사자들의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했을 것 △애초의 계약 내용을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상 현저히 부당할 것 등이다.
코로나19처럼 갑작스러운 사정의 변화로 기존에 합의한 임대료가 더 이상 사회적으로 적절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아있어 청구할 실익은 있어 보인다"고 황 변호사는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