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주사 맞았는데 대소변 장애…병원 책임 물을 수 있나?
통증 주사 맞았는데 대소변 장애…병원 책임 물을 수 있나?
뇌수막염·다발 신경병증 진단…'주사와 후유증'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

한 환자가 도수치료 후유증으로 주사 치료를 받다가, 뇌수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을 얻었다. / AI 생성 이미지
도수 치료 중 생긴 갈비뼈 골절로 정형외과를 찾았던 A씨. 통증 완화를 위해 주사 치료를 받던 중, 세 번째 주사를 맞은 뒤부터 온몸에 신경통이 퍼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 끔찍한 후유증을 겪게 됐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뇌수막염, 척수염 등으로 인한 대소변 장애와 다발성 신경병증 진단을 받았다. 단순 통증 치료가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진 상황에서, A씨는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주사 맞고 신경 마비…법원은 '인과관계' 어떻게 판단하나
의료사고 소송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의사의 과실과 환자가 입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기에 환자 측이 이를 의학적으로 완벽히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환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법리를 적용하기도 한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시술 전에 없던 증상이 시술 직후 발생하고, 시술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이 증명되면, 의료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입증 부담을 완화해 준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일반인의 상식으로 볼 때 의료상 과실이 있었고,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면, 의료진이 다른 원인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A씨의 경우 ▲특정 주사 시술 직후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 점 ▲신경전도검사 등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된 점 ▲대학병원 진단서에 주사 시술과 후유증의 관련성이 언급된 점 등이 인과관계를 주장하는 데 유리한 정황이 될 수 있다.
변호사들 "모든 의무기록 확보가 최우선"
변호사들은 의료과실을 다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관련된 모든 병원의 의무기록을 빠짐없이 확보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실제 소송에서는 주사 시술과 현재 발생한 증상 사이에 의학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시술 과정에 과실이 있었는지, 필요한 설명이나 처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등을 진료기록과 전문의 의견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초 도수치료와 주사 시술을 한 정형외과의 진료기록, 시술 동의서, 간호기록은 물론, 이후 입원 치료를 받은 대학병원들의 신경전도검사 결과, 뇌척수액 검사 결과, MRI 등 영상 자료, 진단서까지 모두 확보해야 한다.
신언 법률사무소 박영재 변호사는 "이런 사건은 ‘주사 때문에 이렇게 됐다’를 의학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며 "감염 관리가 적절했는지, 주사 부위·방법이 적절했는지, 이상 신호가 있었는데 대응이 늦었는지 등을 기록과 전문가 의견으로 따지므로 초반 자료가 부족하면 결과가 불리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감염 관리 소홀? 신경 손상?…따져봐야 할 과실 쟁점들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시술 과정에서 의사의 구체적인 과실(주의의무 위반)을 찾아내야 한다. 척추 주변 주사는 신경이나 혈관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고, 감염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법률사무소 무제 홍원표 변호사는 전신 신경통과 뇌수막염의 발생 원인이 주사침에 의한 직접적 감염이나 신경 손상 때문임을 밝히기 위해, 진료기록부 전체 조사를 통해 시술상 과실이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시술 시 소독 의무 등 무균 조작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영상 보조 장비 없이 위험 부위에 주사를 놓았는지 ▲시술 후 환자가 이상 증상을 호소했을 때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했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이룰성 성근모 변호사 또한 재판 과정에서 법원을 통한 진료기록감정 절차를 거쳐 시술과 후유증 사이의 의학적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입증받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