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신고했더니 무고죄 피고인으로…엇갈린 경찰 판단
성추행 신고했더니 무고죄 피고인으로…엇갈린 경찰 판단
얽혀버린 무고 재판과 이의신청
전문가 “일관된 사실관계 바탕의 통합 전략 필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내 성추행을 신고한 A씨가 되레 무고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관련 사건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는 경찰의 판단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러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매우 정교한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꼬여버린 사건의 실타래
사건의 시작은 A씨와 B씨의 쌍방 사내 성비위 신고였다. 내부 조사는 양측 모두에게 별다른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B씨가 A씨를 무고죄로 고소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검찰은 B씨의 고소를 받아들여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피해자'에서 '피의자' 신세가 됐다.
억울했던 A씨는 B씨를 강제추행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하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은 B씨의 강제추행 혐의는 불송치하고, 무고 혐의만 검찰에 넘기는 엇갈린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자신이 무고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가해자의 핵심 혐의가 경찰 단계에서부터 막히자 깊은 절망에 빠졌다.
경찰의 ‘판단 회피’?…“병존사건” 불송치의 의미
경찰이 강제추행 혐의를 불송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A씨가 형사사법포털(KICS)에서 확인한 사유는 ‘고소인등 병존사건’이었다.
이는 A씨와 B씨 사이에 여러 형사사건이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 사실상 경찰이 실체적 판단을 유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진열 변호사는 이를 두고 "경찰이 강제추행 사건을 독립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피해자가 별도 형사절차에서 다투고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판단을 회피한 것"이라며 "증거 판단의 오류가 아닌 수사 회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병존사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강제추행 혐의 판단을 면제하는 사유가 되지 않으며, 두 사건은 별개의 범죄사실로 독립적으로 수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경찰이 사건의 복잡성을 이유로 적극적인 수사 대신 소극적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뒤집을 기회 ‘이의신청’…전문가들 “통합 전략이 관건”
A씨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하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경찰은 해당 사건을 의무적으로 검찰에 송치해야 하고, 검사가 다시 한번 사건을 들여다보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억울함만 호소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최종환 변호사는 "이의신청서에는 단순히 '추행이 있었다'는 주장 반복이 아니라, 불송치 사유로 적시된 판단의 어느 지점이 사실관계나 증거와 어긋나는지를 짚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 자신이 무고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최종환 변호사는 "강제추행 이의신청과 무고 재판은 사실상 같은 쟁점을 공유하므로, 한쪽에서의 주장과 증거가 다른 쪽 결론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며 "두 사건을 따로 대응하면 진술이 어긋나 양쪽 모두 불리해질 수 있어 처음부터 일관된 사실관계 아래 통합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얽히고설킨 두 사건의 논리를 하나의 축으로 꿰어 경찰 판단의 허점을 파고드는 정교한 법적 전략이 A씨의 억울함을 풀 유일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