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에 있는 자녀들에게" 전 재산 남긴 실향민⋯상속재산 빼돌린 조카손자의 '배신'
[단독] "북에 있는 자녀들에게" 전 재산 남긴 실향민⋯상속재산 빼돌린 조카손자의 '배신'
유언집행자 조카, 개인 소송·법률 비용에 상속 재산 '펑펑'
법원 "부당이득 2900만원 반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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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남은 자녀들에게 전 재산을 남긴 실향민의 유언집행자가 상속재산을 개인 소송 비용으로 썼다가 반환 판결을 받았다. /셔터스톡
북에 남겨둔 자녀들을 위해 전 재산을 남긴 실향민의 애절한 마지막 소망은 친척의 탐욕 앞에 산산조각 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류연중 판사는 지난 1월 29일, 북한 주민 재산관리인 B씨가 유언집행자였던 피고 C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926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60년 기다림 끝에 남긴 유언, "북에 있는 아이들에게 내 재산을…"
망인 A씨는 한국전쟁 발발 후 북한에 아내와 네 자녀를 남겨두고 홀로 남한으로 피난을 내려왔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며 남한에서 재산을 모은 A씨. 그는 눈을 감기 직전인 2010년 9월, 병상에서 변호사를 불러 공증을 통해 자신의 전 재산을 북에 있는 자녀들에게 남기겠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유언장 내용은 구체적이고 애틋했다. 은평구와 종로구 일대의 건물, 대지, 중랑구의 임야 등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모두 재북 자녀들에게 유증하겠다는 것이었다.
혹여라도 생사 확인이나 친생자 확인 소송, 나아가 국내 입국에 필요한 모든 경비 역시 이 재산으로 충당하라는 세심한 당부까지 덧붙였다.
A씨는 이 원대한 유언의 집행자로 조카손자인 피고 C씨를 지명했고, 유언 공증 4일 뒤에 눈을 감았다.
유언집행자의 배신… 상속 재산으로 개인 소송 비용 충당
피고 C씨는 유언집행자로서 상속 재산을 관리하기 시작했지만, 그의 행보는 망인의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는 상속재산 관리 계좌에서 수천만 원을 수시로 빼내어 자신 명의의 개인 계좌로 이체했다.
이체된 돈의 사용처는 유언 집행과는 무관한 피고 개인의 법적 분쟁이었다.
피고 C씨는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예금 반환 소송의 인지대, 감정료 등 소송 비용으로 900여만 원을 썼고, 망인의 가사도우미를 폭행 혐의로 고소하는 과정에서 법무법인에 지급한 변호사 보수 300만 원도 상속 재산에서 빼서 썼다.
심지어 가사도우미의 재산을 가압류하기 위한 보증보험 공탁 비용과 양수금 소송 감정료 명목으로 약 800만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결국 피고 C씨는 2014년 1월 서울가정법원에 의해 유언집행자에서 해임됐다. 법원은 2018년에 이르러서야 북한 주민 재산관리인으로 B씨를 선임했고, B씨는 피고 C씨를 상대로 그간 부당하게 빼돌린 돈 3억 8천만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철퇴 "2,900만 원 반환하라"
피고 C씨는 재판 과정에서 "공동 유언집행자와 협의하여 지출한 비용이거나, 유언을 집행하기 위한 정당한 소송 비용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법원은 "피고가 상속 재산에서 빼내 쓴 소송 비용들은 피고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임이 인정된다"며 "유언집행비용으로 지출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 C씨가 은행과의 소송, 가사도우미를 상대로 한 소송 및 가압류 등에 지출한 돈과, 명확한 자문 내역 없이 법무법인에 지급된 자문료 등 총 2,926만 3,184원을 부당이득으로 인정하고, 이를 원고 B씨에게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세무 대리 수수료 등 실제 상속 절차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 등에 대한 원고의 청구는 기각했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단5230841 판결문 (2026. 1. 29.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