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약국 이름이 상표 침해?”…25km 떨어진 병원의 황당한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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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약국 이름이 상표 침해?”…25km 떨어진 병원의 황당한 경고장

2025. 12. 11 15:3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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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OO약국, 안양 OO병원으로부터 상표권 침해 내용증명 받아…법조계 “침해 가능성 낮다” 분석 우세, ‘권리남용’ 지적까지

수원의 한 약사가 25km 떨어진 동명의 병원으로부터 상표권 침해 경고장을 받았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국어사전에 있는 단어로 약국 이름 지었을 뿐인데…개업 두 달 만에 25km 밖 병원에서 날아온 '상표권 침해' 경고장의 전말.


경기도 수원에서 약국을 연 A약사가 개업 두 달 만에 25km 떨어진 병원으로부터 상호와 간판을 바꾸라는 날벼락 같은 경고장을 받았다. 국어사전에 있는 평범한 단어를 썼을 뿐인데, 과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걸까.


“우리 병원 이름 베꼈다”…25km 밖에서 날아온 경고장

2023년 8월 수원시에 문을 연 OO약국. A약사는 최근 안양시에 위치한 OO병원으로부터 한 통의 내용증명(우체국을 통해 특정 내용의 문서를 특정 날짜에 발송했음을 증명하는 제도)을 받았다.


병원 측은 “약국이 우리 병원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표장을 사용해 고객들에게 마치 병원과 경제적 관련이 있는 것처럼 오인·혼동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우리 병원이 운영하는 곳이냐는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쌓아온 신용에 무단으로 편승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상호 및 간판 교체를 강하게 요구했다.


“억울합니다”…약사의 세 가지 항변

A약사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첫째, 상호에 쓴 ‘OO’은 국어사전에도 나오는 일반적인 단어다.

둘째, 글씨체 또한 병원과 전혀 다른, 약국이 가입한 체인업체의 고유 글씨체다.

셋째, A약사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25km나 되는 거리였다. 더구나 병원에서 불과 3.7km 떨어진 곳에 자신과 똑같은 체인의 ‘OO약국’이 이미 영업 중인 사실까지 확인됐다.


A약사는 “경제적 피해를 입히기에는 거리도 너무 멀고, 업종도 다른데 어떤 피해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법조계 “상표권 침해? 글쎄요”…핵심은 ‘오인·혼동 가능성’

법률 전문가들은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데 무게를 뒀다. 상표권 침해가 인정되려면 ▲상표의 유사성 ▲서비스의 유사성 ▲수요자의 오인·혼동 가능성이 모두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휘명의 김민경 변호사는 “대법원은 상표의 유사 여부를 외관, 호칭, 관념을 전체적으로 관찰해 판단한다”며 “‘OO’이 보통명사이고 글씨체도 다르다면 외관의 유사성이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병원(의료서비스)과 약국(의약품 판매)은 본질적으로 다른 업종이므로, 소비자가 혼동할 가능성이 낮아 상표 침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택적 공격’ 논란…오히려 ‘권리남용’ 될 수도

일부 변호사들은 병원의 경고가 오히려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내놓았다. 병원 코앞의 동일 상호 약국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25km나 떨어진 약국에만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법률사무소SC의 서아람 변호사는 “실무상 상표권 침해가 불분명한 건에 대해서도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산발적인 내용증명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고유명사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반박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무시해도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법무법인 명의의 내용증명을 발송해 상대방 주장의 부당성을 법리적으로 지적하고, 소송 시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 불필요한 송사에 휘말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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