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친딸·손녀 성폭행한 70대, 징역 25년…미국이었다면 1500년인데 왜 25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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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친딸·손녀 성폭행한 70대, 징역 25년…미국이었다면 1500년인데 왜 25년일까

2026. 05. 06 15:1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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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기억 안 난다, 무고다" 끝까지 부인

법원 "양심의 가책 눈곱만큼도 없어"

친딸을 40년간 성폭행하고 손녀에게까지 범행한 70대 남성에게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셔터스톡

40년 동안 친딸을 성폭행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손녀까지 또다시 성폭행한 70대 남성에게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범행 내용에 공분이 일었고, "수백 년 형이 나오는 외국과 달리 고작 25년이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6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의 김정기 변호사는 이 끔찍한 사건의 전말과 함께, 국가별로 성범죄 형량이 극단적으로 차이 나는 법적 배경을 자세히 짚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된 악몽, 손녀에게까지 대물림됐다


비극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친딸의 나이는 초등학교 2학년에 불과했다. 이 악몽은 무려 40년간 이어졌다. 법적으로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범행 횟수만 '최소 277회'에 달한다.


그 사이 딸은 4번이나 임신과 낙태를 반복해야 했다. 끝이 아니었다. 딸은 2012년 가해자의 아이를 다시 임신해 출산했다.


족보상으로는 손녀지만, 핏줄로는 가해자의 친딸인 셈이다. 가해자는 이 아이가 10살도 채 되기 전부터 수년 동안 또다시 성폭행을 저질렀다.


결국 자신의 아이마저 똑같은 일을 당하는 것을 본 딸이 세상에 도움을 청하면서 범행이 발각됐다.


"기억 안 난다" 무고 주장한 가해자⋯법원 "양심의 가책 없어"


법정에 선 가해자의 태도는 뻔뻔했다.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안 난다"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고, 심지어 "딸이 독립 자금을 안 주니까 앙심을 품고 거짓말로 신고했다"며 무고를 주장했다.


김정기 변호사는 이를 두고 "아주 무모하고 어리석은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DNA 분석 결과라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있었고 피해자의 진술도 아주 구체적이고 일관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거짓말을 고수하는 건 재판장을 화나게 해서 형량만 높이는 태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재판부도 가해자를 강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모녀가 평생 서로의 고통을 보면서 살아가야 하는 비극을 만들어 놓고도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며 오히려 딸 탓을 하고 있다"며 "도무지 양심의 가책을 눈곱만큼이라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일갈했다.


미국은 1500년인데 한국은 25년?


1심 재판부는 이 남성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일반 국민 법 감정으로는 부족해 보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 법원 양형 기준상 친족 간 성폭력은 가중 처벌을 해도 보통 10년에서 최대 21년 4개월 사이로 권고되기 때문이다. 즉, 법원이 기준을 뛰어넘어 엄벌을 내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이나 필리핀처럼 수백 년의 징역형은 불가능한 것일까.


실제로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4년간 친딸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1503년이, 필리핀에선 1년간 360회 친딸을 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1만 4400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김정기 변호사는 "형량을 계산하는 법 체계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우리나라는 범죄를 여러 개 저질렀을 때 그중 가장 무거운 죄 하나를 골라 형량을 조금 더 얹어주는 가중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유기징역의 상한선도 정해져 있어 최대 50년까지만 선고가 가능하다.


반면, 미국 등은 지은 죄의 개수만큼 형량을 모두 더해버리는 병과주의를 쓴다. 형량 상한선이 없기 때문에 수백 년, 수천 년이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선고될 수 있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숨겨지는 범죄" 공소시효 폐지 논의는 제자리걸음


친족 성폭력 사건에서 항상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공소시효다.


현행법상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행은 공소시효가 폐지됐지만, 13세 이상 19세 미만 미성년자 때 당한 피해는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로부터 딱 7년까지만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가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뒤늦게 신고를 결심했다가 시효를 놓치는 일이 부지기수다.


김정기 변호사는 "22대 국회에서도 친족 성폭력은 나이를 따지지 말고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면서도 "살인 같은 다른 중범죄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여전히 신중론이 팽팽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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