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오후 5시 15분, 그의 '늦은' 출근이 있기까지⋯
12월 1일 오후 5시 15분, 그의 '늦은' 출근이 있기까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 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헌정사상 처음으로 있었던 법무부 장관의 검찰 총장 '직무배제' 명령. 역시 헌정사상 처음으로 그 명령의 효력이 정지됐다. 법원이 법무부 장관의 결정에 제동을 건 것이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이 나오자마자 1일 오후 5시 15분쯤 대검찰청으로 '늦은 출근'을 했다. 대검찰청에 들어서면서 윤 총장은 기자들에게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윤 총장이 출근하기까지 있었던 일을 정리했다.
1일 오전 10시. 법무부 과천 청사에서 감찰위원회의 비공개회의가 열렸다. 추 장관의 이번 처분이 적절했는지를 심의하는 자리였다.
당초 이 회의는 열리지 않을 회의였지만, 감찰위원들이 "소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끝에 긴급히 소집됐다.
이날 회의에는 감찰위원 11명 중 7명이 참석해 심의를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 추 장관이 직접 참석하진 않았다.
7명의 감찰위원들은 추 장관이 징계 처분의 근거로 든 6개 사유가 정당한지, 기본적인 절차를 잘 지켰는지,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킬 만큼 중대한 사유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다퉜다.
추 장관 대신 류혁 감찰관과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법무부 측 대리인으로 참석해 감찰위원들의 질문에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위원회가 진행되는 도중이었던 오전 11시 15분, 추 장관은 청와대를 찾았다. 감찰위에 참석하는 대신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예정에 없던 면담이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 관련 논의가 오갔을 거라는 추측이 언론을 타고 빠르게 퍼졌다.
더불어 2일에 열릴 윤 총장의 징계위원회와 관련한 보고가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전해졌다.
그러나 법무부 측에서는 "사퇴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1시 15분. 세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회의 끝에 감찰위는 추 장관의 이번 처분이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 만장일치로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추 장관 측 대리인과 윤 총장 측 대리인은 치열한 변론을 펼쳤다. 추 장관 측은 이번 징계 처분을 내리게 된 이유를, 윤 총장 측은 그것이 왜 부당한지를 감찰위원에게 설명했다.
양측의 의견을 경청한 끝에 감찰위는 "윤 총장의 징계 청구, 직무배제, 수사 의뢰는 모두 부당하다"는 내용을 의결했다.
감찰위가 이렇게 판단한 데는 추 장관의 이번 처분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이유가 컸다. 법무부가 윤 총장에게 징계 청구 이유를 알리지 않고, 이를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일방적일 정도로 윤석열 총장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발표였다.
이에 법무부는 감찰위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감찰위는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결론 냈지만, 법무부는 "적법한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여러 차례 소명 기회도 부여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징계 혐의가 인정돼서 징계 청구를 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앞으로 있을 징계 절차 과정에서 오늘 감찰위의 권고사항을 충분히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4시쯤. 윤 총장이 오는 2일로 예정돼있던 징계위원회를 연기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윤 총장 측이 법무부에 '징계 기록 열람' 등을 요청했지만 법무부가 응하지 않았고, 징계위원들 구성이 어떤지 알아야 '제척(除斥) 신청'을 할 수 있는데 구성을 알려주지 않았으니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연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명령의 효력을 임시로 중단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오후 4시 30분에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이날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명령에 반발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변호사 김상배법률사무소'의 김상배 변호사는 "집행정지⋅취소 이런 소송을 다룰 때 최근 우리 법원이 처분의 절차 측면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며 "그런 게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이날 전격적으로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고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효력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사의를 밝혔다고 한다.
법무부 차관은 검사징계법상 징계위 당연직 위원이기 때문에, 2일 예정인 징계위는 열리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 차관이 사표를 던진 이유도 이같은 징계위를 개최하지 못하게 할 목적인 것으로 풀이됐다.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오후 5시 10분까지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실제로는 그보다 5분 늦은 오후 5시 15분쯤 대검찰청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석열 총장은 '법원 결정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업무의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신속한 결정을 내려주신 사법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검찰 구성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질문을 받고 "우리 구성원보다도 모든 분들에게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