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노린 신용불량자의 덫…7명 피해, 8억 사라졌다
'역전세' 노린 신용불량자의 덫…7명 피해, 8억 사라졌다
보증금 반환 능력 없으면서도 임대인 행세
법원, 징역 4년 6개월 선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기 돈 한 푼 없이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 69채를 사들인 신용불량자가 임차인 7명의 보증금 약 8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무자력 상태를 숨긴 행위가 명백한 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방법원은 2024년 6월 25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이같이 판결하며 피해자 B씨에게 편취금 7천 7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세금도 못 내던 신용불량자의 '역전세' 사기 수법
A씨의 범행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며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높아지는 '역전세' 현상이 심화된 2022년 5월부터 8월 사이에 집중됐다. 당시 세금 6천~7천만 원을 체납한 신용불량자였던 그는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매매가보다 보증금이 높은 매물을 집중적으로 물색했다.
그는 자기 자본 없이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무를 떠안는 방식으로 주택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이후 매매가와 보증금의 차액은 현금으로 챙긴 뒤, 새로운 임차인들의 보증금 반환 요구에는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A씨는 이같은 방식으로 전남 나주, 경기 부천, 서울 구로 등지에서 총 69채의 부동산을 매수하며 7명의 임차인으로부터 약 8억에 달하는 보증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보증금 반환 능력 없는 사실 숨긴 건 명백한 사기"
법원은 A씨의 행위를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로 판단했다. 임대인으로서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전혀 없는 채무초과 상태임에도, 이러한 사실을 임차인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 자체가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본 것이다. 임차인들이 A씨의 임대인 지위 승계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을 재산상 이익을 넘겨준 '처분행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의 범행은 피해자들의 전 재산이자 삶의 터전이 되는 임대차보증금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고통도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가 7명에 이르고 피해액 합계가 약 8억에 달하는 점, 피해 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모든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A씨에게 동종 범죄로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확정적 고의보다는 '돌려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용인한 미필적 고의에 가깝다고 본 점 등을 일부 감경 요소로 참작했다.
[참고] 광주지방법원 2023고단3690,4894(병합),5106(병합),2024고단1535(병합),2023초기1855 판결문(2024. 6. 25.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