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잃고 아들 살해한 엄마, ‘판단력 결여’ 인정... 비극적 연쇄 끝 징역 8년 감형
딸 잃고 아들 살해한 엄마, ‘판단력 결여’ 인정... 비극적 연쇄 끝 징역 8년 감형
딸 잃은 슬픔에서 시작된 무너진 일상과 마약의 늪

딸을 잃은 우울증 속에 아들까지 살해한 엄마에게 법원이 정상적 판단력 결여와 유족의 선처를 고려해 징역 8년으로 감형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어린 딸을 잃은 슬픔이 한 가정을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우울증과 자살 시도 끝에 남편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끝내 다섯 살 아들의 생명까지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의 피고인에게 법원이 항소심에서 형량을 낮췄다.
사건의 서막은 피고인 A씨가 딸 F양을 잃은 뒤 극심한 우울증에 빠지면서 시작되었다. 일상이 무너진 상황에서 A씨는 2024년 8월 4일 서울 서초구 주거지에서 합성대마 카트리지를 전자담배에 장착해 흡입하는 등 마약류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서울중앙지방법원(2025고합37)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4년 10월 15일, A씨는 남편 B씨와 다투던 중 화를 참지 못하고 식칼과 쪽가위를 들고 달려들어 남편의 목과 등을 찔러 상해를 입히는 '특수상해' 범행을 저질렀다.
찰나의 부주의가 불러온 참극, 아들을 향한 극단적 선택
가장 참혹한 사건은 2024년 12월 20일에 발생했다. A씨는 자신의 부주의로 다섯 살 아들 D군의 머리 위로 아령을 떨어뜨리는 사고를 냈다. 피를 흘리는 아들의 모습을 본 A씨는 아들의 앞날을 비관하며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
A씨는 결국 아들을 질식시켜 사망하게 했으며, 직후 긴급체포되었다. 1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살인 및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10년간의 취업제한을 명했다. 이에 피고인과 검찰 양측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법원 “심신미약은 아니나 정상적 판단력 결여 인정” 감형 결정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2025노1439)는 최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비록 A씨의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양형에 있어서는 피고인의 특수한 상황을 상당 부분 참작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감형의 주요 근거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꼽았다.
판단력 결여 상태에서의 범행: 피고인이 어린 딸을 잃은 후 남은 아들까지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판단력이 어느 정도 결여된 상태에서 가족을 살해한 점이 분명해 보인다.
우울장애의 영향: 심신미약 수준은 아니더라도 피고인의 우울장애가 범행 발생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음을 부정할 수 없다.
유족의 선처 탄원: 피해자 D군의 아버지이자 특수상해의 피해자인 남편 B씨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가족들 또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반성과 자백: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깊이 후회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중죄이나, 피고인의 연령, 환경, 범행 동기 및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A씨는 징역 8년과 함께 아동 관련 기관 10년 취업제한 명령을 받게 되었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고합37 판결문 (2025. 4. 15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