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300만 원 선고 가장 많아"… 강제추행 판례 데이터로 분석한 양형 실태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벌금 300만 원 선고 가장 많아"… 강제추행 판례 데이터로 분석한 양형 실태

2026. 01. 20 15:57 작성2026. 01. 20 16:28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폭행·협박 없는 '기습추행' 성립 요건

추행 정도에 따른 형량 차이 분석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강제추행죄 성립을 두고 일반인의 법 감정과 실제 판결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폭행이나 협박 없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 어디까지를 범죄로 볼 것인지가 늘 뜨거운 감자다. 법원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유무죄를 가르고 양형을 결정하는지, 판례를 통해 드러난 현재의 법적 판단 기준을 들여다본다.


폭행 없어도 성립하는 '기습추행', 법원의 판단 기준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강제추행죄에서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임원재 변호사
임원재 변호사


이에 대해 임원재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은 추행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신체 접촉이 반드시 성적인 동기에 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면 유죄로 인정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점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 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개념을 폭넓게 인정해왔다. 대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물리적 힘)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고 기습추행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9도15994 판결).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피해자의 옷 위로 엉덩이나 가슴을 쓰다듬는 행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어깨를 주무르는 행위, 교사가 여중생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비비는 행위 등이 기습추행으로 인정된 바 있다. 이는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가 없더라도 성립할 수 있다.


'벌금 300만 원' 판결이 많은 이유… 경미한 사안의 기준점

판례 검색 서비스 '빅케이스'의 빅그래프 강제추행 사건 1심 형량 추이에 따르면, 강제추행 사건 1심 판결에서는 벌금 300만 원이 가장 많이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무상 해당 금액이 일종의 '표준적 벌금액'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제추행 사건 1심 판결에서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되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는 실무상 일종의 '표준적 벌금액'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판례 검색 서비스 빅케이스 빅그래프(최빈 형량 추이)에 따르면, 강제추행에 1심 법원은 벌금 300만 원을 가장 많이 선고했다.
판례 검색 서비스 빅케이스 빅그래프(최빈 형량 추이)에 따르면, 강제추행에 1심 법원은 벌금 300만 원을 가장 많이 선고했다.


법원은 추행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사안에서 주로 벌금형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피해자의 팔을 쓰다듬거나 옷 위로 신체 일부를 짧은 시간 접촉한 경우, 기습적이지만 지속시간이 짧고 부위가 제한적인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피고인이 초범이거나 동종 전력이 없고,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벌금 300만 원 선고가 유력해진다. 징역형을 선고하기에는 사안이 가볍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처벌을 할 수도 없는 경우 선택되는 기준점인 셈이다. 반면 추행 정도가 중하거나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면 벌금액은 증액되고, 죄질이 나쁘면 징역형이 선고된다.


초범과 재범의 극명한 양형 차이… "실형 가능성 현저히 높아"

같은 강제추행이라도 초범과 재범의 양형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초범의 경우 추행 정도가 경미하고 합의가 이루어지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재범, 특히 동종 전과가 있는 경우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양형기준상 가중영역이 적용되며, 누범 기간 중 범행이라면 법정형 장기의 2배까지 가중처벌될 수 있어 실형 선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진다. 법원은 재범의 경우 재범위험성이 높다고 평가하여 신상정보 공개·고지, 취업제한, 전자장치 부착명령 등 강력한 부가처분을 함께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임원재 변호사는 "재범 사건에서는 단순히 형량 감소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재범 방지 교육 이수 등 자신의 개선 의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툭 치는 것'과 '움켜쥐는 것'의 차이… 추행의 정도가 가르는 형량

법원은 신체 접촉의 구체적인 태양(방식), 시간, 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행의 정도'를 판단한다.


옷 위로 짧게 스치듯 만지거나 유형력 행사가 현저히 약한 경우는 '추행의 정도가 약한 경우'로 보아 감경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움켜쥐듯이 만지거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 행위, 성기나 가슴 등 민감한 부위를 직접 접촉하는 행위는 중한 추행으로 평가되어 실형 가능성을 높인다.


최근 하급심 판례에서는 기습추행의 성립 범위를 보다 엄격하게 해석하려는 경향도 감지된다. 단순히 순간적인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그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면밀히 따지는 추세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2고정603 판결 등).


결국 강제추행의 유무죄와 형량은 단순한 신체 접촉 여부를 넘어 행위의 경위, 방법, 피해자와의 관계, 그리고 행위가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법부의 '송곳' 같은 판단 기준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