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합의 거부하는데…돈 갚겠다며 계좌에 '몰래 입금', 양형에 독 될까?
피해자가 합의 거부하는데…돈 갚겠다며 계좌에 '몰래 입금', 양형에 독 될까?
사기죄로 기소된 A씨, 피해 회복 위한 '직접 송금'과 '형사공탁' 사이서 고민

사기 혐의 피고인이 피해자의 합의 거부 시, 일방적인 계좌이체는 2차 가해로 비쳐 양형에 불리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A씨. 피해자들에게 피해 금액 전액을 변제하고 싶지만, 피해자들은 합의는커녕 연락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A씨는 피해자들의 계좌번호를 알고 있다. 이 계좌로 돈을 바로 보내고 그 내역을 재판부에 내는 게 좋을까? 아니면 법원에 돈을 맡기는 형사공탁 절차를 밟는 게 나을까?
피해 회복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양형에 유리하다는 건 알지만, 어떤 방법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일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잘못된 방법이 오히려 '2차 가해'로 비쳐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A씨의 고민에 변호사들이 답했다.
"연락도 싫다는데"…일방적 계좌이체, 2차 가해 주장 나올 수도
변호사들은 피해자가 합의를 명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A씨가 임의로 계좌에 돈을 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의로 한 행동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해답의 김무룡 변호사는 "피해자 계좌로 일방적으로 입금하면, 피해자가 이를 수령 거부하거나 오히려 '합의를 강요한다', '2차 가해다'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피해 회복 노력으로 평가받지 못할 뿐 아니라,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유수의 유수빈 변호사도 "피해자가 이미 연락과 합의를 명확히 거부하고 있다면, 일방 송금은 반환되거나 반복 접촉·합의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태희의 민경남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법원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무리하게 변제를 시도하는 행위를 2차 가해로 평가하여 무거운 양형 사유로 참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직접 송금 방식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들 "안전하고 유리한 길은 형사공탁"
변호사들은 결론적으로 형사공탁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양형에도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형사공탁은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변제금을 법원에 맡기면, 법원이 그 사실을 피해자에게 알려주는 제도다.
이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피해자의 수령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법원에 증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쉴드의 남천우 변호사는 "형사공탁은 피해자의 수령 거부와 무관하게 법원의 공탁 절차를 통해 객관적으로 변제 노력이 확인되는 자료로 남는다"며 "재판부가 이를 양형자료로 참작할 때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다툼의 소지가 적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2년 12월부터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 제도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사건번호만으로 공탁이 가능해져 활용도가 높아졌다. 법무법인 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하고 합의 의사도 명확히 없다면 형사공탁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실무상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공탁이 만능은 아니지만…'피해 회복 노력' 입증할 최선
물론 형사공탁이 만능 열쇠는 아니다. 변호사들은 공탁을 했다고 해서 피해자와 합의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유한) LKB평산의 김정길 변호사는 "형사공탁은 피해자가 수령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정으로 양형에 참작될 수 있지만, 자동으로 전액 변제나 합의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며 엄벌을 탄원하면 감형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그럼에도 공탁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 것보다 명백히 유리하다. 특히 법 개정으로 형사공탁금은 피고인이 마음대로 다시 찾아갈 수 없게 되면서, 법원이 피고인의 변제 의사를 더 진지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됐다.
변호사 전병욱 법률사무소의 전병욱 변호사는 "직접 송금은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어서 피해 회복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며 "반면 공탁금은 원칙적으로 회수할 수 없다. 이 차이가 양형에서 갈린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변호사들은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할 경우, 무리하게 접촉하기보다 피해액 전액을 신속히 공탁하고, 공탁서와 함께 반성문, 재범방지 다짐 등의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