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장, 부하 여경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형 선고
파출소장, 부하 여경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형 선고
직장 상사의 '관리'는 성범죄의 빌미가 되었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사건은 2022년 6월, 같은 파출소에 근무하던 소장 A씨와 순경 C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시작됐다. 1차 양고기집, 2차 맥주집, 3차 와인바, 4차 노래방까지 이어진 긴 술자리. 새벽까지 계속된 음주로 인해 순경 C씨는 만취 상태에 이르렀다. 길에 주저앉고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였다.
이에 소장 A씨는 C씨를 모텔로 데려갔고, 05:45경부터 06:07경 사이 침대에 잠든 C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A씨는 C씨의 바지 단추를 풀고 바지를 골반까지 내렸으며, C씨가 "안된다"고 저항하자 "뭐가 안돼, 니가 하자 해도 안할거야"라고 말하며 추행을 이어갔다.
바지가 잘 벗겨지지 않자 상의를 벗기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법원, "피해자 진술 믿기 어렵다" 무죄 선고
그러나 1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C씨가 '반항하기 어려운 상태'였다거나 A씨의 추행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건 당시 C씨가 남자친구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고 전화를 받으며 스스로 모텔을 나서는 등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C씨의 진술이 CCTV 영상과 객관적인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점을 근거로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C씨가 남자친구에게 보낸 사진에 이미 양말이 벗겨져 있었지만, 법정에서는 A씨가 양말을 벗겼다고 진술한 점, 모텔에서 '도망 나왔다'고 했지만 CCTV 영상에는 평온하게 걸어 나오는 모습이 찍힌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 있다" 1심 뒤집고 유죄 인정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항소심 법원은 1심과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전후 정황과 전문가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C씨의 진술에 높은 신빙성을 부여했다. 재판부는 C씨가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점, 야간 근무 후 피곤한 상태였던 점, 남자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오타가 많았던 점 등을 들어 C씨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1심에서 신빙성을 부정했던 C씨의 진술에 대해, 항소심은 오히려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불리한 부분까지 가감 없이 진술한 점”에 주목하며 신빙성을 높이는 근거로 삼았다. A씨의 '관리 차원'이었다는 변명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일축하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성적 감정이 있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결론지었다.
경찰 조직의 신뢰, 회복될 수 있을까?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준강제추행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직장 내 상하 관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권력형 성범죄로 간주되며 경찰 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직장 내 위계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에 대해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